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

인천 검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에서 만난 매화, 미선나무

문쌤 2023. 3. 30. 21:32

한순간을 만났어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매순간을 만났어도
잊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나를 찾는 사람도 있고,
내가 힘들 때 
나를 떠난 사람도 있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詩 이해인
 

 

 
이해인 수녀님의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의 시에서 '사람'을 '매화'로 바꿔서 생각해 봤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잘 함^^)
 

이런 매화 저런 매화.
3월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매화 저런 매화를 많이 봤지만 기억에 남는 매화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첫 만남부터 외향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거나 혹은 같은 매화인데도 유독 향기로 유혹하는 매화도 있다. 
 
인천 검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최근에서야 존재 자체를 알게 되었다. 한번 다녀온 후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인천 서구에서 봄마다 매화를 즐길 수 있는 대표 명소로써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3월 30일 현재 매화동산은 일부 꽃송이가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고매한 자태 그대로다.
 
꽃 사진은 아침에 찍어야 가장 예쁜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도 좀 알려주면 좋으련만, 딱 거기까지만 알려주니 초보자는 그저 몸으로 부딪히며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왕초보는 이 정도 수고쯤이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할 쑤 이 써!

 

주워들은 건 많고 쓸데없는 건 희한하게 잘 기억한다.
역광으로 찍으면 카메라 앞에서 아무것도 숨길수없이 솔직해지기  때문에 역광 사진이 좋다는 말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찍어봤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직 기술 부족이라 뒤로 한껏 젖힌 고개만 생고생이다.
 
내가 꽃을 이렇게 진심으로 대한 적이 있는가 싶을 정도다.
길 건너 벚꽃 꽃망울이 곧 터지기 직전인데도 여전히 당당하고 도도하기까지 한 매화라니.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엔 스트랩 없이 삼각대만 있었다. 사진의 '사'자도 모르면서 삼각대 갖고 다니는 게 너무 장비빨인양 짐스러워 스트랩을 걸었는데, 웬걸 기본 카메라인데도 내겐 너무 무겁다.
 
그리고 찍을 대상(꽃)의 가장 예쁜 모습을 찍으려다 보니 면접관 앞에서 면접시험 보는 것처럼 매번 손이 떨린다. 
 
꽃은 꽃대로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나는 나대로 몸이 흔들거리니 초점 맞추는 시간은 거의 인고의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아, 그래서 삼각대가 필요하구나^^'
 
오늘도 이렇게 몸이 고생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서로 돌아가면서 피었나 보다. 마지막 남은 가지는 기품 있는 모습으로 홀로 피었다. 
 

무거운 겉옷과 백팩 둘 중 하나는 버렸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좀 더 가벼워진 상태에서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훗~ 사진 왕초보의 변명~

 
 

홍매화는 확실히 늦게 피는 것 같다.
단 몇 그루뿐인데도 온통 하얀 매화 사이에서 유독 돋보이는 자태라니.

 

'매화동산' 나무 팻말이 보이면 매화 나들이가 끝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매화 향기에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아라뱃길의 잔물결에 물멍 하며 손가락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시간을 느껴볼 수 있는 곳,
이곳은 바로 인천 검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
 

되돌아갈 땐 매화동산 바깥 보행자 길을 걸으면 또 다른 운치를 즐길 수 있다. 길게 뻗은 가지에서도 은은한 매화 향기가 담장 너머로까지 그득하다.
 

담장 밖에서 본 매화는 여전히 고운 모습 그대로다. 가만히 서서 감상하고 싶은데 그러면 굉장히 이상해보일 거다. 하지만 카메라라는 소품 덕에 그렇게 보일 리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지금 시조라도 한 수 읊어야 할 것 같은 멋을 아는 담장 앞에 서있다.
 

마치 얇은 하얀 종이를 오려서 만든 종이꽃을 연상시키는 미선(尾扇)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색깔만 다를 뿐 개나리와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미선나무 역시 물푸레나무 과다.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며, 열매의 모양이 부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발길이 뜸한 길가에 핀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름표라도 좀...)
 

향기가 강해서 매화향을 이기고도 남을 정도다. 
 

수령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호젓하게 매화를 즐기고 싶다면 인천 검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을 거닐어 볼 것을 추천한다.
 
 
 

 

 

ps.
▶4월 초엔 매화동산 건너편에 아름다운 벚꽃길이 유혹할 차례다. 매화 끝자락와 벚꽃 시즌 시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나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 갔더니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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