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은 제주도에 가면 항상 통과의례처럼 갔기 때문에 새로움은 없지만 대신 늘 설렘이 있는 곳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주차장은 이미 꽉 찰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성산일출봉 인증샷을 찍기에 가장 좋은 곳. 하지만 사람 마음이 모두 같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표지석을 찍기엔 다소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계속 기다리다 다음 팀이 찍으려고 할 때 "죄송해요, 잠시만요"하며 양해를 구했더니, "잠깐이 1분이 될지 2분이 될지 어떻게 알아?" 하며 표지석 앞으로 걸어가길래 그 잠깐의 틈에 후다닥 찍었다.ㅎㅎㅎ
나의 성산일출봉 인증샷은 저 꼭대기에서 찍었다.
앞사람 걸음 속도에 맞춰 걸어야 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
사진으로 보면 굉장히 즐겁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통행로를 걷고 있는 관광객과 울타리 옆 잔디밭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앞으로 진행될 일에 대해 서로 시점이 다르다.
제주 00고등학교 학생인 이들은 저 위에서부터 데구루루 구르며 온몸으로 체험학습을 즐기는 중이었고, 관광객들은 통행로를 올라가며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좋~을 때다~'
흐뭇하게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잔디밭 아래에선 뒤늦게 학생들을 발견한 선생님들이 사색이 되어 학생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울타리를 넘어 다시 통행로로 들어가려는 눈치 빠른 학생들까지 전부 걸렸다.
관광객들은 성산일출봉을 향해 앞사람 걸음 속도에 맞춰 걷고 있지만 모두들 학생들의 뒷일에 흥미를 갖고 지켜봤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걸음이 느려졌다.
선생님에게 걸린 학생들을 입으로는 "학생들 어떻게 해~"하며 걱정하면서도 그다음 진행될 일을 뻔히 알기에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선생님 앞으로 불려 간 학생들.
그들의 표정은 '오랜만에 재밌는 놀이를 한 것뿐인데'라는 다소 억울한 표정이고, 선생님은 원래 성품이 조용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광객들이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복화술을 하셨을 수도...^^)
올라가는 길에서 본 우도의 모습.
하산 길에 더 감상하려면 부지런히 올라가야 한다.
학생들이 잔디밭을 구르던 곳을 바라보면 성산리 입구가 보인다. 이곳에 서있기만 해도 탁 트인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있기엔 관광객이 점점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겨야 했다.
전날 내린 비로 적당히 습하고 성산일출봉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향이 공기 속에 흐르고 있는 곳이다.
크게 심호흡하면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는 약초 냄새가 폐까지 스며들었다. 천연향이 좋아서 계속 크게 심호흡하며 걸었다.
성산일출봉 정상 도착~!
자주 봐서 그런지 신비함은 없지만 잠시 앉아서 마음껏 눈으로 담았다^^
참, 이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젊은 중국인 커플이 셀카를 찍으려고 고군분투하길래 찍어줄까 물어보니 고맙단다.
여러 장 찍어줬더니 이번엔 내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굳이 찍고 싶지 않았지만,
'일출봉 정상' 표지판 위에 있는 와이파이를 자르고(?) 찍어달라고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고등학생 중 한 명이 선생님에게 가더니
"저 아줌마가 중국말해요~"하며 일러 받쳤다.
그러게 말이다... 글쎄 이 아줌마가 중국말을 하는구나 ㅎㅎㅎ
좁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성산일출봉 정상.
학생들의 단체사진 촬영이 끝나고 내려가면 조용하겠구나 싶지만 천만의 말씀...
곧바로 다른 여러 관광객 팀이 올라와 성산일출봉 정상은 또 한 번 몸살을 앓는다.
저 멀리 광치기해변이 보인다. 두어 시간 후 간조 시간이어서 평평하게 펼쳐진 푸른 잔디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꽤 추웠는데 아침에 미리 호텔에서 뜨거운 차를 챙겨서 일출봉 정상에서 마셨다.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한 사람이 아닌데 전날 추위에 멘탈이 나간 뒤라 정신 차리고 뜨거운 차를 담은 것이다.
덜렁대지 않고 잘 챙겼다는 인증샷?^^
성산일출봉에서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우도.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사람 옆선을 닮은 모습이다. 비슷한 그림을 본 적 있는데 내 머릿속에만 있는 이미지를 설명하기 참 어렵다.(소녀의 옆모습인데 머릿결이 날리는 간결한 연필 스케치 애니)
다음에 또다시 제주 여행을 하게 된다면 성산일출봉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우도와 올레길을 걷고, 성산리 일대를 마을 주민처럼 거닐고 싶다.
성산일출봉 하산길에 있는 '해녀의 집'
이곳에서는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팔고, 하루 2회(13:30, 15:00) 해녀들이 직접 <해녀물질> 공연을 한다.
이번엔 시간이 안 맞아 아쉽게도 못 봤지만 예전에 본 적 있는데 한 번쯤 볼만한 진귀한 공연이었다.
침식된 바위가 신비스러워 이곳에서도 '바위멍'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 중 한 명이 "왜 저렇게 생겼냐"며 가이드에게 묻기도 했다. 그들 눈에도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신비로운가 보다.
성산일출봉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
알고 보니 2층은 통유리창으로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여 인증샷 찍기에 좋은 곳이란다. 나는 그냥 1층 빈자리에 앉았다.
인증샷과 상관없이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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