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평범한 일상 이야기] "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외 n가지 구시렁구시렁

문쌤 2023. 4. 13. 21:33

#1. 비상구

제주 비행기 발권 하려니 항공사 직원은 추가 요금 없이 '비상구' 자리로 해주겠단다.

단,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을 도와 비상구를 열어야 한단다.

 

쌀 한 가마니 정도는 거뜬하게 들 수 있게 보였을까?

 

키가 커서 일반좌석은 불편한데 잘됐다 싶었다.

탑승 후 티켓에 적힌 좌석에 앉아있으니 곧이어 외국인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키 큰 외국인이 앉았는데도 자리가 여유 있을 정도로 편한 좌석이다. 

하지만 또다시 승무원으로부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했다.

 

 

#2. 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비 오는 오후 늦은 시간, 해안가를 걷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파란색 벤치.

그냥 지나치고 걷다가 궁금해서 다시 뒷걸음질 했다.

내일로 미루지 말란다.

뭘?

 

"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

 

가게 이름을 일부러 가린 게 아니라 비오는 해변가를 걷다가 우산 들고 휴대폰으로 한번 찍고는 그냥 걸어가서 이 사진밖에 없다. ㅎㅎ

'우'로 시작하는~ 가게^^.

 

 

#3. 거북과 소녀

여러 조형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바다거북과 소녀상.

해안가에 있는 조형물인데 제주도스럽고 자세히 보면 거북과 소녀 모두 행복한 표정이어서 좋다.

범인(凡人)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보다 훨씬 정감 있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해서 이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관광객들은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거북과 함께 바닷속을 누비는 행복한 소녀의 모습.

다시 봐도 사랑스럽다.

 

 

#4. 비 오는 날 산책

봄비가 계속 내리던 날.

도두동 장안사와 도두봉 산책길에 나섰다.

매쉬 소재 운동화나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록스를 신었다면 미끄럽고 신발 안으로 빗물이 들어와서 불가능했겠지만 다행히 트래킹화를 신어서 걷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장안사 앞에 놓인 돌탑 그리고 맨 위에 동백꽃 한 송이.

 

'누가 올려놓았을까?'

 

 

#5.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화장실 가는 길...

어떻게 지나가라는 걸까?

둥둥 떠다니는 오른쪽 나무 판자까지 점프하면 화장실을 갈 수 있다.

 

 

#6. 비 오는 날엔 실내에서 놀자 

혼자 여행 온 외국인 1명, 여자 외국인 2명, 중년 부부 그리고 나.

낯선 제주도의 환경.

비바람에 다들 속수무책이다.

 

무거운 배낭을 멘 외국인 3명은 다른 길로 걸어가고, 중년 부부는 다른 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나는 지나가는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은, "비가 오는 날이면 뻘밭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무리해서 여행하다가 넘어져서 병원에 가는 관광객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고 알려주었다.

 

여행은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엉치뼈 부러지면 평생 고생한다며 비 오는 날 제주도는 조심하란다.

 

 

#7. 행운의 네 잎 클로버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누가 봐도 주민인 아저씨가 누가 봐도 주민인 아줌마에게 네잎 클로버를 건넸다.

둘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서 누가 뭘 줘도 꺼려지게 된다. 아줌마 역시 안 받으려고 하자 "저기 앞에서 찾은 것"이라며 다 가지라고 건넸다.

 

누가 봐도 관광객인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줌마에게 네잎 클로버 4개 주고 아저씨는 바쁜 걸음으로 쿨하게 사라지셨다.

 

내가 계속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아줌마는 4개 중 한 개를 나에게 주었다 ㅎㅎ

받은 즉시 곱게 펴서 수첩에 끼워놨다.

 

'우와~ 로또라도 사야 하나?'

 

기회를 기회인 줄 모르다니...지금 와서 생각하니 진짜 로또를 사야했어;;

 

 

 

 

#8. 외국인, 나에게 길을 묻다

 

【이슈】 외국인 관광객 커플…'서울→부산' 히치하이킹 실패하자 "한국은 인종차별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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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국인 관광객이 히치하이킹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한국은 인종 차별이 심한 국가냐"하며 영상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제주시청 앞 버스정류장.

우리 동네와 다른 '버스 안내 표시'에 적응하려고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외국인 한 명이 다가왔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내게 하필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제주 공항 가려고 하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냔다.

 

'저기요... 나도 여긴 처음인데요...?'

 

어설픈 친절함으로 검색해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제주 공항 가는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 관광객인데, 그는 배낭은커녕 손가방 하나 들고 있지 않았단 말이지.

 

며칠 후 '외국인 히치하이킹 영상'을 보며, 혹시 제주도 외국인도 어디선가 몰래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손에 휴대폰도 들고 있지 않았다.

흐음~ 뭔가가 있어...;;

 

 

#9. 기억에 남는 음식, 들깨누룽지탕

제주도에 있는 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추워서 따뜻한 음식만 찾아서 먹었다.

그날도 춥고 배고프고 날은 어두워지고... 거지가 따로 없다.

 

관광지가 아닌 일반 식당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

닭칼국수가 전문이지만 면을 안 좋아한다고 하니 사장님이 추천한 들깨누룽지탕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식당 안을 둘러보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도)유명인의 사인이 여러 장 붙어있었다.

 

요즘 매일 새벽 6시에 산에 가서 뜯어와서 만든다는 고사리 장아찌. 장아찌로 만든 고사리는 처음 먹어봤다. 슴슴한데 너무 맛있다.

풋마늘대 무침도 양념 비법이 궁금할 정도로 맛있었다. 심지어 리필 코너가 따로 있어서 부족한 반찬은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들깨누룽지탕보다 먼저 나온 에피타이저 보리밥과 갈치구이도 모두 포함된 가격(만 원)이다.

 

갈치구이 한 입 먹었다. 

마트에서 사 먹는 갈치가 아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누룽지탕 몇 숟가락 먹자 금세 몸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양이 많아서 보리밥은 못 먹고 들깨누룽지탕도 절반은 남겼는데, 계산하려고 하니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다음날 안 먹을 거 뻔히 알기 때문에 포장 안 함^^)

 

 

#10. 국제선 타고 날아가보자

국내선은 북적거리는 반면 국제선은 너무 한가하다.

국제선 타고 제주공항으로 들어온 적 있었다.

유일하게 둘만 한국인이어서 당당하게 내국인 전용 칸을 이용하는 그 짜릿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만세~!

 

 

#11. 선물

"동생 있는 사람 손들어 봐"

아주 오래전,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때 담임선생님이 질문을 하셨단다.

 

부모님들은 관광지에서 파는 (싸구려)선물 안 좋아하시니 동생 있는 사람만 선물을 사라고 하셨다며 그 말을 집에 와서 그대로 전해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여동생 선물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사 왔다는 건 안비밀^^

 

우리집은 누가 어딜 가든지 딸내미 선물만큼은 꼭 사는 게 규칙이다.

 

 

#12. 힙하지 않아

'오늘의 메뉴'와 '이주의 메뉴' 그리고 '무슨 라면' 딱 세 종류만 파는 식당이 요즘 힙하다며 같이 가자고 꼬시는 아들.

심지어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아무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에서만 확인할 수 있단다.

 

"이런 게 힙한 거야?"

 

"엄마, 촌스럽게 그런 거 묻지 마. 힙한 건 그냥 느끼는 거야"

 

등짝을 때려주려다 기운이 없어서 못 했다.

 

'흥칫뿡~ 힙하긴, 식당 음악은 7080이구만'

 

 

#13. 목표 달성

 1. 삼시 세 끼 꼭 먹기
2. 잘 자기
3. 만보 걷기

 

계획했던 제주에서의 3가지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할 것 같다(80점). 집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낯선 곳에 있으니 생존본능이 저절로 생겨서 하루 세 번은 뭐든 먹었다. 역시나 긴장해서 쏘다녔더니 저녁이면 긴장이 풀려 잠도 잘 자게 되었고, 매일 만보 걷기는 무난히 목표달성이다.

 

언젠가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처럼 숨이 막힐 것 같아 짐 싸서 멀리 떠나고 싶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한 스푼 더해졌다.

 

잘했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14. J란?

"혹시 MBTI검사 해보셨어요?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아뇨. 아직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한번 해보세요. 회원님은 틀림없는 J예요"

 

"J는 안 좋은 건가요?"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좋고 안 좋고가 아니예요. 집에 가서 꼭 해보세요~"

 

틀린 부분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한 것 뿐인데 MBTI의 J가 등장한 것이다.

괜히 신경쓰이는 이놈의 J.

 

그래서 날잡아서 MBTI검사를 해봤다.

뭐가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J가 들어있긴 하다.

 

그런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난 그렇게 계획적이 아닌, 오히려 F에 가까운 사람이다.

 

 

#15. 접수 완료

찐 인천 사람이 아니어서 할 수 있을까 고민됐던 일이 의외로 잘 해결되어, '섭외 - 취재 - 글쓰기'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섭외 단계부터 막혀서 좌절했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백기투항 했었는데 쉽게 해결되니 한결 가볍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히유~ 괜히 쫄았다.

이제 인천은 내가 접수할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ps. 

간단 일기처럼 몇 자 적어보았다.

 

Moon!

소소한 일상, 나중에라도 잊지말길...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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