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라는 이름을 건 꽃놀이는 버거워서 언제부턴가 축제 전이나 축제 후에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축제 전에 가는 일은 결코 없다. 정보력도 떨어지거니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봉도 벚꽃 축제도 마찬가지다. 미리 다녀온 분들의 장봉도 벚꽃길을 보며 걷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벚꽃이 아니어도 장봉도는 트레킹의 묘미가 있는 곳이라 크게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축제 뒷북인데 이렇게 말하면 정신 승리??^^)
그런데 하필 강풍부는 날 정신승리라니;;
트레킹 초보자가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굽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무지를 범한다^^
공항철도 운서역 도착~!
버스 타고 삼목선착장으로 갈 수 있지만 택시 타고 갔다.
두 군데 매표소 중 첫 번째 매표소(북도 고속페리)에서 승선표 구매(일반 3,000원/ 인천 시민 1,900원). 대략 한 시간에 한 대씩 운행하는데 서로 번갈아가며 하는 듯하다.
도착하자마자 출발 10분 전이라는 말에 승선표 구매하자마자 부랴부랴 배에 올랐다.(삼목선착장~ 장봉도 약 40분 소요)
택시 탄 보람이 있다^^
아무리 급해도 내가 타는 배 증명사진은 한 장 찍어줘야 한다.
북도고속페리, 잘 부탁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중이라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너무 추워서 갈매기들도 쉬는 분위기다.
선내 바닥은 따뜻해서 스르르 잠들것 같다. 하지만 신도(약 10분 소요)를 거쳐 장봉도로 가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익숙한 신도 선착장을 보니 너무 반갑다. 하마터면 내릴뻔~ ^^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선내로 들어갔다. 그 많던 갈매기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 때문이라기보다는 새우과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갈매기들이 쉬는 이유일테다.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혼자 독차지한 따뜻한 선내에서 준비해 간 간식 보따리를 점검했다.
물 한 병, 사탕 한 알 없이 걸었던 고려산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간식 보따리는 두둑하다. 안 먹어도 배부른 이 든든함~ ^^
오늘은 경량 패딩을 챙겨 추울 때 껴입었더니 너무 좋았다.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
생각해보니 하나씩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 같다.
이러는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몸이 고생한 후에 얻는 경험이어서 늘 후유증을 동반한다.
드디어 장봉도에 도착~!!!
흐린 하늘 속 비행기 그리고 갈매기, 방금 타고 온 배...
너무 을씨년스러운 광경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봉도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장봉도에서 내린 사람은 차량 2대와 나 혼자였으니 다시 되돌아갈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장봉도 상징인 인어.
장봉도 어민이 그물을 낚으니 인어 한 마리가 걸려 나왔는데 다시 놓아주니 살려준 보은으로 더 많은 고기가 잡혔다고 한다.
혹시 필요할까 싶어서 버스 시간표도 확인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장봉도 트레킹 시작이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발걸음 떼자마자 썰물의 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일단 내려가보기로 했다.
썰물이어서 걸어갈 수 있지만 슬리퍼나 샌들, 가벼운 운동화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위험했다. 그러나 장봉도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평화로워서 바다멍 하기에 좋았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장봉도 어느 곳에서나 바다는 평화로운 곳이다.
석화와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쪼그리고 앉아 이들 보는 재미만으로도 장봉도는 충분히 가 볼 만한 곳이다.
보호색을 입은듯 눈에 잘 띄지 않는 꽃게. 나와 한바탕 눈싸움하며 대치 중이다.
옹암해변의 잿빛 풍경. 마치 흑백사진처럼 보이지만 흐린 날의 모습 그대로다. 다행히 하늘만 흐릴 뿐 비가 그쳐서 걷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썰물의 옹암해변은 자세히보니 숨구멍이 빼곡하다. 누가 나올지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시간을 많이 낭비한 곳이기도 하다.
예쁜 색깔의 가리비 껍데기 발견.
나름 만족하며 사진 한 장 찍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저만치 걸어가다가 다시 사진을 찍을 생각에 주머니를 만졌는데 휴대폰이 없다???
다른 곳에 넣었나?
여기저기 뒤져봐도 없다.
앗~!
급하게 가리비 사진 찍었던 곳으로 뛰어갔다.
도로나 일반 바닥에 떨어졌으면 소리가 나서 금방 알았을 텐데 부드러운 모래 위에 떨어졌으니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다. 파도 소리에 더 안 들렸을 수도 있다.
다행히 모래 위에 떨어진 휴대폰을 찾았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에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려서 또다시 왔다갔다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
하지만 걱정 없다. 부족한 에너지는 꽃길 걸으며 충전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가장 개화가 늦다는 장봉도의 벚꽃.
예년엔 5월에도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하니 신기하다.
장봉도에서 유명한 하트 포토존에 도착~!
밤이면 환한 불빛이 더해 옹암해변의 추억을 담을 수 있다.
길 위를 하얗게 수놓은 꽃잎, 떨어진 벚꽃마저 아름답다.
꽃길을 걷는다는 것, 하지만 사진으로 보니 걷기에 좋은 조건은 아닌듯 하다. 다행히 평일이어서 차량 통행이 거의 없었다.
유명한 장봉도 벚꽃길을 출렁다리 위에서 보면 환상적이라는데...
출렁다리에 왔는데 벚꽃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올해는 순서에 맞춰서 피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개화하다 보니 장봉도 출렁다리 벚꽃도 화들짝 놀라서 일찍 피었다가 사라졌다.
이제 해안둘레길을 걸어보자~!
장봉도 무장애나눔길.
약 1km의 길이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날씨가 점점 좋아지니 풍경마저 그림같다.
오늘 아침 날씨를 보며 백만 번은 고민했었는데, 트레킹 초보답게 우산 하나 믿고 출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장봉도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치고 점점 맑은 하늘을 되찾아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적당한 바람, 적당한 햇살...
장봉도 무장애숲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 차를 주차한 후 무장애숲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데크길을 걸으며 장봉도의 바다와 함께 숲이 뿜어내는 향긋한 꽃내음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는 장봉도 무장애숲길과 함께 인증 사진 찍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말문고개 구름다리에서 본 풍경.
역시나 벚꽃이 만발했을 때 봤어야 좋았을~, 후회해도 소용없다^^
확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사색하며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선착장으로 되돌아갈까 섬 끝까지 걸어가 볼까 고민하다가 걸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걷다가 장봉도 마을버스가 다가오자 망설이지 않고 바로 탔다.
"금방 종점인데 왜 버스를 탔냐"는 마을 주민의 말에 괜히 민망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장봉도 종점에 도착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화로운 바다.
'바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늙은 어부는 그랬다.
"바다가 주는 대로 거두면 되는 것이야."
또 누군가는 그랬다.
"바다가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는 것처럼, 바다는 재물을 쌓아놓지 못하게 해. 도로 가져가더라고."
그래서 열심히 재물을 쌓지는 못 했지만, '내 것'을 위해 남의 것을 탐하며 살지는 않았다. 결국 바다가 도로 가져갈 것을 탐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남의 것을 탐내지는 않더라도 자기 것을 지킬 줄은 알아야 한다.
오늘은 갈매기들 쉬는 날이 틀림없어 보인다.
윤슬마저 아름다운... 4월의 장봉도.
갈매기도 쉬는 날, 바다에서 놀기^^
삼목선착장에 가기 위해 승선표를 구입한 후 둘러보니 무인도 멀곳이 보인다.
장봉선착장에 도착했을땐 날씨가 흐려서 가기 망설였는데, 맑은 날씨에 다시 보니 그림이 따로 없다.
다음엔 멀곳부터 가야겠다.
출렁다리에서부터 한 여인을 만났다. 같은 길을 걷다가 다시 헤어졌다가... 버스 종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마치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흔한 배낭 하나 없이 가벼운 차림새다.
물어보니 어제 장봉도에 들어와 텐트 치고 섬 전체를 걷고 있단다.
아, 힐링의 정석이다.
그 여인처럼 자유를 얻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까?
오늘도 용기 한 스푼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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