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유00 팬클럽'을 위한 가출인가 쫓겨남인가?

문쌤 2023. 4. 22. 20:26

유명인이나 연예인 팬클럽 아닌데 괜히 낚시질하는 거 같아 걱정된다^^
 
십수 년 된 팬클럽이 있다. 이름하여 유00 팬클럽.
 

출처:news.naver.com

다름 아닌 우리 아들내미 친구들 모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인데, 그중 가장 잘생긴 친구 이름을 따서 모임 이름을 정한 게 바로  '유00 팬클럽'이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아이인데 실명 밝히면 부끄러워할까 봐 성만 적었음^^. 내 블로그에 대한 지적질을 많이 하는 팬클럽이기도 함^^)
 

출처:빛과 바람의 순례자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매년 12월 31일~ 다음 해 1월 1일을 항상 우리 집에서 보냈다. 다들 순둥순둥해서 특별한 일탈은 하지 않고(아마 우리 집에서 자는 게 일탈) 게임하며 놀다가 새해 일출 보는 게 연례행사였다.
 
순둥이들 일화를 한 가지 얘기하자면, 언젠가 일출 보고 온 후 떡국을 끓여서 냉면 그릇 정도 크기의 그릇에 담아 줬더니 많다고 기겁을 하면서도 아무도 덜어내거나 남기지 않았다. 
 
한창 쇠도 씹어먹을 나이라서 부족할까 걱정했을 뿐 그 정도 양이 많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떡국을 차려주며 한 마디 덧붙이긴 했다.
 
"맛있게 먹어라. 다 먹기 전에는 못 나간다~"
 
 
엄마가 무서워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한 번씩 들먹인다.
 
이 친구들이 연례행사를 치를 때면 편하게 먹고 놀라는 뜻으로 나머지 식구들은 밖에서 강제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고.. 그러다 에너지 고갈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자정쯤 되어서야 도둑고양이처럼 조용히 집에 들어갔다. 
 
우리 집에서 맞닥뜨린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영화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우릴 보고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그래서 우리가 더 미안해서 얼른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이 연례행사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유지되었고 각자 군대 가는 동안에 쉬는 듯싶더니 모두 제대한 2014년 12월 31일~2015년 1월 1일에 또 우리 집에서 '유00 팬클럽' 일출 행사를 하게 되었다.
 
이때는 성인답게 술 마시고 밤새 놀다가 막상 아침이 되니 모두 기절모드인척 연기를 했다.
그것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서 말이다. 이게 내가 경험한 이들의 변화라면 변화다.
 

어디서 반항을???

 
머리핀으로 간단하게 문을 열고는, 밤새 놀다가 이제 막 잠이 들려는 아이들을 깨워서 강제로 차 두 대에 몰아넣고 일출을 보러 갔다.
 
군 제대 기념으로 군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던 터라 쭈뼛쭈뼛 군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내 머릿속엔 생생한데 사진을 찾을 수가 없음;;)
 
해가 솟아오를 때 겉옷을 벗고 군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좋은 추억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엔 우리가 중국에서 생활을 했고 돌아오자마자 코로나여서 우리 집에서의 연례행사는 잠시 중단되었다.
 
그러는 사이 대학 졸업 후 대한민국 청년답게 취직 때문에 고심하더니,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지금은 사회인으로서 각자 분야에서 제 밥벌이를 하며 벌써 아이 아빠가 된 친구도 있고 예비 신랑도 있다. 
 
 
내 눈에는 여전히 순둥순둥 고등학생 모습 그대로인데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니...
 

 
그런데 왜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새해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엔 자정에 들어오지도 말고 아예 집을 비워달란다.
 
그러면서 서울 한옥 어디를 예약해놨다고 알려왔다. (포스팅하고 있는 지금, 아직 정확한 주소를 모름;;)
아이들이 돈을 버니까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다.
 
"그럴 거면 차라리 좋은 펜션에서 노는 게 더 자유롭고 재미있지 않을까?"하고 물어봤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노는 게 더 좋단다.
도대체 무슨 속인지 모르겠다.
 
아, 진짜~ 이건 쫓겨난 거 맞지 싶다^^
 

 
 
ps. 
이 글이 발행될 시간이면 나는 서울 한옥마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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