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김포 가볼만한곳] 연두(軟豆)와 빛이 그려낸 세상, 김포 장릉

문쌤 2023. 4. 26. 23:58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날씨와 어긋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외면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다녀온 장봉도와 전등사 그리고 어제 갔던 소무의도 길은 잔뜩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오늘도 아침엔 조금씩 비가 내리더니 오전엔 쌀쌀하고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었다. 
 
컨디션도 안 좋으니 대출한 책도 반납할 겸 도서관에서 놀 생각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갑자기 근래 보기 드문 파란 하늘에 두둥실 흰구름이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좋은 날, 도서관에 있는 건 날씨에 대한 기만이다^^
 
책 반납 확인 끝나자마자 그길로 바로 김포 장릉으로 향했다.
 
장릉 사랑을 여러 번 밝혔다시피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곳이다.
 
포스팅 제목이 <연두(軟豆)와 빛이 그려낸 세상, 김포 장릉>이니만큼 역사적 의미는 접어두고 내 마음 가는 대로 걸어보려고 한다.
 
김포 장릉은 사계절 모두 좋지만, 연두에서 초록으로 가는 시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김포 장릉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좁은 주차장이다.
 

주차장 앞에 있는 김포장릉 종합안내도 한번 쓰윽~ 보고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 입구가 막혀서 '오늘 휴일인가?' 싶었는데 웬걸,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무료 입장입니다' 안내문이 적혀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로 입장하거나 영화 등은 할인 혜택으로 볼 수 있다.
마침 오늘이 마지막 수요일이어서 장릉 역시 무료입장이다.
 
살다가 이런 혜택은 또 처음이다 ㅎㅎ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금낭화와 둥굴레, 은방울꽃 그리고 황매화가 발길을 붙잡는다.
오늘은 두 바퀴를 걸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데 입구에서부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소무의도에서 본 '옆으로 누운 소나무' 장릉 버전이다.
맑은 하늘과 함께 있으니 더없이 아름답다.
 

꽃모양이 부처님의 머리를 닮아 곱슬곱슬한 불두화는 초파일을 전후해서 하얗게 필 예정이다.
 

할미꽃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 뭔가를... 뽑고 있는 게 보였다.
혹시 그럴리는 없겠지만... 할미꽃을 뽑고 있는가... 싶어 가까이 가서 보니 할미꽃 근처에 있는 풀을 뽑고 계셨다. ㅎㅎㅎ 
 

장릉 관계자인 것 같아 여쭤보려다가 한번 대화하기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나 스스로 통제하며 자리를 떴다. 
 

 
연두(軟豆)의 향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한줄기 바람에 흔들리며 하얀 꽃잎을 떨구는 장릉의 귀룽나무. 
 
여러 번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땐 뭐다???
 
재빨리 휴대폰 동영상을 켜야 한다^^
 
하지만 바람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 눈앞에서 눈송이처럼 떨구던 꽃잎은 카메라 동영상을 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혹시 다시 바람이 지나갈까 기다렸지만 조금 전 모습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길 위엔 눈처럼 하얀 귀룽나무 꽃잎이 수북이 쌓였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 시간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한들 어떠하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영화 <초원의 빛> 中

재실 앞에 있는 병꽃나무에게도 눈인사 한 번~^^
지난겨울, 눈(雪) 슬로모션 찍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던 그 병꽃나무다 ㅎㅎ
 

 

장릉 연지의 올챙이 떼에게도 눈인사~ ^^
 

장릉에 올 때면 항상 티켓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었지만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 무료 입장했으므로 티켓 없는 인증샷 찰칵~! ^^
 

 

4월의 장릉은 각종 새들이 주인인 것 같다.
가만히 서서 눈 감고 있으면 바람도 고요한데 온갖 새소리만이 주위를 깨우고 있다.
 

NG 영상은 이렇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서 어떤 구간에서는 뛸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걷다 보면 땅 보랴 화면 보랴...  그래서 휴지통에 버려야 할 신세가 되곤 한다. 
 

빨리 뛰어온 이유는 바로 이 저수지 때문이다.
 

연두(軟豆)와 물과 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저수지 앞엔 벤치가 있어서 물멍 하기에 아주 좋다. 
 
내가 직접 글씨 써서 만든 에코백은 도서관 전용 가방으로 사용 중인데 도서관 다녀온 후 바로 장릉에 갔기 때문에 짐이라곤 에코백 하나에 깡포카리뿐이다.(꽃송이 브로치는 지난 주말 조계사 기념품점에서 샀음)
 
어쩌면 오늘도 물멍 하다가 취할지도 모를 일이다^^
 
잠깐 물멍 하는 중에 장릉 관리자로부터 퇴장 시간이 임박했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 한 바퀴도 안 걸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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