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곳] 여름보다 앞선 추억, 을왕리 해수욕장~선녀바위둘레길

문쌤 2023. 5. 30. 23:50

하루 반나절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무엇을 할까?
나에게 묻는다면 [하루 만보 100일 걷기] 챌린지 기간 동안엔 당연히 어딘가에서 걸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종국에는 행복으로 마무리 되겠지만,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뿐 행복과 연관 지을 수 없는 그 미묘한 괴리감이 있다. 
 

오늘의 코스는 선녀바위둘레길로써 을왕리 해수욕장 - 선녀해변(선녀바위) - 을왕리 해수욕장을 걷는 길이다.

지난 인천시티투어 때 코스에 있는 장소 중 한 곳인데, 걷기 좋은 길인데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되기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사람 많은 여름 바다를 안 좋아함^^)
 

사람 숫자에 비해 갈매기가 훨씬 많아보이지만 눈치 빠르게 새우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 주변을 맴돌고 있는 중이다. 너무도 영리한 갈매기들이다.
 

노련한 갈매기들을 뒤로 하고 선녀바위 둘레길을 향해 걸었다.
 
선녀바위 둘레길은 을왕리 해수욕장 - 제1 전망데크 - 출렁다리 - 제2 전망데크 - 제3 전망데크 - 선녀해변 코스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도 보이는 제1 전망데크다. 잠시 물멍 하다가 다시 출발~!
 

해안산책로는 언제 걸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어서 좋다. 너무 짧아서 아쉬울 정도다.
해안 절벽과 바다 사잇길을 걷고 있지만 의외로 무념무상으로 걷기 좋다. 
 

짧은 해안 데크길이 끝나면 곧바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이 구간 역시 짧아서 금방 올라갈 수 있다.
 

겨우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익숙한 이 느낌.
음악 들을며 흥얼거릴 정도로 여유가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산에서 만난 두 갈래 길.
처음 이곳을 걸었을 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었지만 이제 그런 생각조차 시간 낭비다.
지난번에 왼쪽길로 걸었다면 오늘은 당연히 오른쪽 길이다.
왜냐면... 안 가 본 길은 늘 신선하기 때문이다^^
 

역시 걷기 좋은 길이다.
선녀바위 둘레길을 걸을 때 여러 가지 냄새가 났는데, 그중 하나는 한약방에서나 맡아봤을 것 같은 달콤쌉싸름한 향이고 또다른 하나는 간장 달이는 향이다.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향이어서 그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땅바닥부터 풀, 나무 꼭대기 그리고 별 의미 없는 하늘 위까지도 살펴봤다.
 

달콤한 향은 지천에 피어있는 찔레향이고, 한약재 비슷한 향은 찔레와 나무를 휘감고 오르는 칡넝쿨에서도 달콤쌉싸름한 향이 난 것 같다.
칡넝쿨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나무를 칭칭 휘감고 있는 모습만 봐도 숨이 막혔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선녀바위 해변까지 불과 2km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마다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서 쉬엄쉬엄 즐길 수 있다.
 

멋진 출렁다리와 쉼터가 있는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흘러가는 시간을 미련 없이 보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을왕리 해수욕장보다 출렁다리와 쉼터가 오히려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번 출렁다리를 달려서 마지막에 점프하는 영상을 여러 번 찍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그때 다리 끝까지 달리는 데 10초 걸렸다.
 
안내판에 뛰지 마라고 적혀있기도 하거니와 오늘은 영상 찍어줄 일행도 없으니 혼자 얌전히(?) 걷는 수밖에...
그런데... 출렁다리를 걷기만 했는데도 이름 그대로 출렁거려서 살짝 쫄았다.
그땐 어떻게 뛰어다녔는지 모르겠다ㅎㅎ
 

이곳엔 누울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있는데 이미 선점한 사람은 세상 부러울 것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 발길 뜸한 곳, 눈앞엔 바다가 펼쳐지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 누워 책을 읽고 있다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休'가 아닐까?
 

계단을 내려가면 곧바로 아담하고 깨끗한 선녀해변이 펼쳐진다.
 

전망대에 올라서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즐겨보자.
하지만 이미 전망대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방해되지 않게 바로 내려왔다.
 

사진엔 안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 주변 나무 그늘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작은 간이 테이블 위로 꽃이 꽂아진 화병(아마 조화가 아닐까 싶다)과 함께 찻잔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돗자리 하나 챙기지 못하는 덜렁거리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아하게 쉼표를 즐기는 것처럼 보여 기억에 남는다.
 

드디어 선녀바위 도착~!
 
그. 런. 데... 선녀바위를 찍기 애매해졌다.
 
근육이 탄탄한 보디빌더(같은?) 몇몇이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광경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선녀바위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은 주변에서 계속 대기 중인데 프로필 사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 이 어수선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선녀바위 뒤에선 평평한 바위를 돌침대 삼아 누워있는 사람도 있다. 득도한듯^^
 

그나마 교대할 때 얼른 찍었다. 그런데 사람이 또 걸렸다ㅎㅎ
 

자연산 석화가 널렸다. 재미 삼아 캐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패스~!
 

얕은 곳에서도 물고기가 잡히는지 모르겠으나 저들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다시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되돌아갈 시간이다.
 

이번엔 출렁다리 위 쉼터로 올라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이다.
 

쉼터라고 하지만 공연을 해도 될 정도로 공간이 넓다.
바다가 보이는 산에서의 공연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걷는 것 외엔 더 이상 재미없을 것 같지만, 땅 위에 자라는 정체불명의 버섯도 찰칵~!
 

그나마 이곳에서 낚시하면 물고기가 제법 잡힐 것 같다.
하지만 몇 마리 낚는 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낚는 중이다.
 

다시 을왕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전히 각자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인다.
 
오늘도 잘 걸으며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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