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내게 불을 붙인 건 오랫동안 맨발 걷기를 하고 있는 블친이다.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박동창 님의 <맨발 걷기의 기적>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 잠깐 맨발로 해변가를 걷거나 갯벌을 걷는 소소한 경험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꿈틀거리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통으로 비는 화요일(6월 20일).
그동안 미뤄왔던 맨발 걷기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싶었다.
정보에 의하면, 맨발 걷기의 성지인 계족산의 황톳길이 가장 좋고 그외 바닷가 또는 해변 걷기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관모산으로 가기로 정했다.
관모산은 공식 맨발 걷기 장소는 아니지만 맨발 걷기를 실천하는 인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니...
그러고 보니 관모산은 항상 내게 비를 뿌리며 환영해 주었다.
음...
이러면 또 팔랑귀가 작동한다.
올라갈까 말까 58,000번쯤 고민을 하게 된다.
누군가 한 마디만 하면 그쪽으로 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2/large/056.png)
전날 냉방이 잘 된 교실에서 수업받느라 목감기 증상이 있지만 그 정도 핑계로는 부족했다.
고민은 시간만 지체할뿐, 사람들 틈에 섞여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따뜻한 차나 물을 안 챙긴 게 아쉬웠지만 금방 다녀올 거리여서 목감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관모산 정상을 다녀온 후 다시 상아산으로 가도 되지만, 역시나 무리하지 말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니 자연스럽게 상아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상아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널찍한 공간이 있는데, 지난겨울 그곳에서 맨발 걷기를 권하던 사람들을 만난 곳이어서 그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올라가는 도중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만났고, 스쳐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건네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역시나~
상아산으로 가는 길목에 널찍한 공간은 맨발인 사람들이 있었다.
인사를 건네며 "오늘부터 맨발 걷기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제부터 시작했다는 사람, 10개월 전부터 시작했다는 사람 등 그들은 그동안 만난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맨발 걷기의 효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바탕 크게 쏟아질 것 같은 비는 점점 잦아들며 오히려 걷기 좋은 촉촉한 땅이 되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미리 준비한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었다.
파상풍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신발을 신고 이대로 내려가면 다시 시도하기까지 오래 고민할 것 같아서 맨발을 땅에 디뎠다.
구두나 운동화가 감싼 발로 걷다가 맨발로 걸으니 해방감이 든달까? 더군다나 비까지 내려서 촉촉한 산흙을 밟으니 발바닥에 닿는 느낌은 바닷가 모래나 갯벌과는 또 다른 감촉이다.
양손에 스틱을 들고 다니면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거지~^^
보드라운 길을 걸을 땐 맨발 걷기의 정석 같다. 발 다칠 걱정 없이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맨발 걷기 길이 아니어서 돌이나 나무뿌리가 드러난 구간은 정말 조심히 걸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발아래만 보게 되어 시야는 좁아졌다. 걸음도 느려졌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아야~!"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지난겨울 한 아주머니가 맨발로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던 그 계단이다.
관모산 맨발 걷기 길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가 더해져 모두를 안전하게 해주는 고마운 마음이 담겨있는 길이기도 하다.
드디어 하산 완료~!
동물원 입구에 있는 정자에 앉아 손수건으로 발을 닦고 양말을 신었다.
'다음으로 미룰까' 생각했는데 마땅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아 맨발 걷기 시작한 관모산.
흐린 날씨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파상풍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찝찝함이 마음에 걸려 돌아오는 길 집 근처 병원에서 예방 주사를 맞았다.
이로써 맨발 걷기 준비는 다 된 거나 마찬가지다^^
맨발 걷기의 안전 수칙 6가지
1. 파상풍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
2.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준다.
3. 걸을 때는 눈앞 1~2m의 지면을 항상 응시한다.
4. 발걸음을 똑바로, 수직으로 항상 내딛도록 한다.
5. 사람들이 걷는 길 밖의 풀숲은 맨발로 들어가지 않는다.
6. 비탈진 경사면을 내려올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 박동창 <맨발 걷기의 기적>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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