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수목원에 꽃개오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우연히 읽은 칼럼 덕분이다.
하필 겨울에 읽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꽃개오동 스스로 걸어서 멀리 도망갈 일은 없으니 나머지는 자연에게 맡기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오동나무, 참오동나무, 벽오동, 꽃개오동 등 모두 '오동'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꽃개오동이 능소화과인 것만 봐도 모두 다른 종류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른 봄꽃이 모두 지고 난 5월이 되어서야 드디어 연둣잎이 몇 개씩 보이기 시작했다.
20~30m정도 되는 키 큰 꽃개오동은 5월 말이 되어도 이파리만 무성할 뿐 꽃은 눈에 띄지 않았다.
6월 초가 되어서야 드디어 얼굴을 볼 수 있는 꽃개오동이라니...
반 년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꽃개오동은 1904년 선교사에 의해 들여온 개화식물이며 꽃말은 '고상'이다.
작은 종 모양에 자주색과 노란색 무늬는 마치 능숙한 화가의 붓끝으로 완성된듯 정교하다.
은은한 향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희석된 라일락향 같달까. 그래서 꽃개오동 길을 걸으면 꽃향기로 샤워하는 느낌이다.
활짝 핀 꽃개오동을 본 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수목원에 갔다. 비 내리는 날은 어떤 느낌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서 오히려 운치있는 꽃개오동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시인이나 화가였다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사진으로라도 담은 건 감사할 일이다.
너무 예뻐서 혼자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행인이 있을 땐 꽃개오동 길에 반하지 않은척 멀리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걸으며 속으로 웃기도 했다.
빗물에 떨어진 수많은 꽃송이마저 그리움 가득한 꽃길이다.
ps.
며칠 전 수업시간에 오동나무와 관련해 소쇄원 벽오동이 화제가 되었다. 그때 잠깐 꽃개오동이 소환되기도 했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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