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떤 이는 술과 책 그리고 산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는 술 빼고 병원과 도서관 그리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우면 좋겠다.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만난 회원은, 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이사를 왔다며 아파트와 맞닿아 있는 산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하여, 할메산!
둘레길이라고 해봐야 사부작사부작 걸어도 1시간 이내로 걸을 수 있단다.
그럼 가보자규, 쓔슝~^^
길치답게 오늘도 입구를 못 찾고 헤맸다.
아파트에서 가깝다고만 했을 뿐 정확히 가르쳐 주지 않았고, 네이버 지도는 엉뚱한 곳을 알려주어 한참 헤매다 얼떨결에 산길로 접어들었다.
할메산은 롯데마트 건너편에 입구가 있다.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렵다. 높은 산은 외길이어서 쉬운데 오히려 동네 산은 샛길도 많고 친절하지 않은 이정표 때문에 처음 걷는 길은 늘 긴장하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 선뜻 낯선 길을 혼자 걷는 것도 이젠 부담스럽다.
서로이음길 7코스 할메산 올라가는 길.
이 사진은 데크계단을 내려와서 찍은 맨 마지막 사진이다^^
얼떨결에 발견한 샛길 따라 올라가니 그제야 정상적인 둘레길이 보였다.
비로소 안심이 되어 음악을 들으며 걷는 즐거움을 얻고, 나보다 앞선 긴 그림자로 인증샷 찰칵~!
난이도 0.5의 걷기 편한 할메산.
산에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기가 쉽지 않은데 유일한 조형물이 돌탑이라고 한다.
한 명 한 명 등산객들이 주변의 돌 하나씩 쌓아 만들었으니 인공적인 게 있을 수 없고 그 정성 또한 모두의 기원이 담겨있으니 유명 작가 작품보다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산길을 걷다가 돌탑을 만나면 나 역시 작은 돌 하나 올리며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한 가지만 기원한다.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나만의 표현 방식이다.
할메산 정상으로 가는 계단.
역시 만만치 않다.
뒤에서 다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헉헉대며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으로부터 나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며 조만간 보건소에 들러서 다시 피검사를 받아보란다.
숨이 차서 말을 하다 보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를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칭찬을 들었다^^
정상석 없이 안내판으로 대신한 할메산(104.8m) 정상.
큰 산을 의미하는 '한 뫼'에서 유래한 할메산은 한메산, 한미산, 할메산, 할매산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할메산이 아닌 할매산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낮은 산인 데다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답답했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싶었으나 굶주린 모기가 많아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할메산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수많은 모기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한 손은 수동 와이퍼로 부채질하며 모기 쫓느라 바빴다.
할메산 모기는 전투력이 뛰어나서 한번 물면 원하는 만큼 피를 뽑을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밋밋해서 재미없을지라도 오늘만큼은 이 길이 좋다.
소나무 아래 나무 의자.
쉴 곳이 마땅치 않아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하다.
나무 의자는 꽤나 잘 어울렸다.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그러고 보니 할메산에서는 꽃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카메라에 담은 사진 두 장^^
안내도 따라 걷지 않아 미완성으로 끝났으니 다음에 한 번 더 걸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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