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제천에 갔을 때 우리는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자고 약속했다.
'제천' 하면 약초가 유명하다고 해서 제천에서 채취한 여러 가지 산나물 반찬으로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게 되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였을까?
알았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식당에서 제일 비싼 정식 코스를 시켰는데, 나오는 음식은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예를 들면, 겨자 소스를 얹은 훈제 오리, 찐 전복, 삶은 문어, 채 썬 양배추 샐러드와 소스, 소고기 육회 등등.
그토록 기대했던 '제천의 자랑' 산나물은 콩나물과 고사리나물, 무나물이 한 접시에 담겨 있는 게 전부였다.
내돈내산 후기이니만큼 산나물 반찬 자랑하는 간판과 함께 상호, 나물 반찬이 담긴 접시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고소 들어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으므로 그냥 입 다물기로 했다. 식당 선택을 잘 못한 내 잘못도 있으므로...
암튼 제천은 이래저래 나와 맞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검색해서 찾은 식당에 갔다.
별 기대도 없었다.
"엄마, 만화가 허영만 알아?"
"알지, 대한민국에서 만화가 허영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TV 프로그램 중에 그분이 전국 좋은 식당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천에서 촬영한 식당에 가보는 건 어때?"
"그 프로그램 본 적 없지만 가 보자"
그렇게 해서 찾아간 식당이 바로 제천에서 유명한 '제천 시락국'이다.
계속 빗 속을 다녀서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던 참이었다.
지금껏 먹었던 시래기 요리와
차원이 다르다.
유명 요리 학교를 나왔다고
자랑 마라.
졸업장 없는 내륙의 촌부가
만들어낸 이 맛은
형식을 넘어선 감각이다.
예술이다.
-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020년 1월 17일 방영 -
제천 시락국을 맛보다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다.
식당 출입구 오른쪽 벽에 문화재청 등록 문화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등록문화재 제56호로 등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용처럼 어떤 연유에서 현재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등록문화재에 기재된 내용으로 보아 원래 구조와 달라진 점과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는 점을 알게 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 가족이 자리에 앉은 이후부터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식당 내부는 크지 않으나 매우 깨끗하고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식당 사장님도 친절하셨다.
시래기밥과 시래기국이 대표 메뉴다.
둘 다 시래기를 주재료로 만든 밥과 국인데 무엇이 다르지?
우리는 시래기밥으로 통일해서 주문했다.
혹시 입맛에 안 맞을 것을 염려해 계란말이도 주문했다.
참고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군계란'은 '구운 계란'이다.^^
시락국. 경상도에서는 시래깃국을 시락국이라고 한다.
주문을 마치고 실내를 둘러보니 '시래기'와 '시락국'을 예찬한 시가 걸려 있다.
가장 촌스러울 수도 있는 시래기를 도종환 시인도 김기옥 시인도 예찬했으며 허영만 만화가도 감탄했다.
맛이 너무 궁금했다. 각 지역별로 지역 특산물을 넣은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시래깃국이 있는데 제천 시락국은 얼마나 맛있으려나?
반찬은 딱 2개.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장아찌와 허여멀건한 깍두기다. 그리고 직접 만든 양념 된장. 양념 된장은 시래기 밥에 넣고 비벼 먹는 용도다. 큰 뚝배기 그릇에 담겨있는 깍두기와 장아찌는 먹을 만큼 작은 반찬 그릇에 담으면 된다. 아주 조촐하다.
붉은 반찬이 없다. 입맛이 고급스러운(?)(이라고 쓰고 까다로운 이라고 읽는다) 딸내미 눈치를 살폈다. 달걀말이 시킨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시래기밥을 주문하면 시래기가 들어간 밥 위에 깨 가루가 올려져 나온다. 작은 그릇에 시래깃국이 곁들여 나온다.
옆 테이블 손님이 시킨 시래깃국을 보니, 흰밥에 시래깃국이 뚝배기 그릇에 담겨 나왔다.
◈솔직한 평:
TV조선에서 방영한 '제천 시락국' 편을 일부러 찾아봤다. 허영만 만화가와 일행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시래깃국에 감탄했다. 물론 시래깃국이 비린맛이 전혀 없고 오히려 밋밋한 맛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토속적인 맛을 찾는다면 별 다섯 개는 충분하다.
나의 솔직한 평은... 음, 솔직히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다.(솔직히 평소 내가 시래깃국을 끓이면 이 맛이 난다. 아주 밋밋하고 밋밋해서 맛이 그저그렇...)
TV에 출연한 후 식당 입구와 내부에 적힌 시 구절 같은 글 '지금껏 먹었던 시래기 요리와 차원이 다르다. 유명 요리 학교를 나왔다고 자랑 마라. 졸업장 없는 내륙의 촌부가 만들어낸 이 맛은 형식을 넘어선 감각이다. 예술이다. '을 허영만 만화가가 직접 하사한 글인가 싶어 영상을 살펴보니 내레이션 내용 중 일부였다. 어쨌든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다.
◈영업시간
오전 6시~ 오후 7시(아침 식사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
단, 장날 또는 공휴일 제외
재료 준비 시간 오후 2시~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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