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있는데,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지만 좋아하는 것치고는 의외로 자주 가지 않는 것 같다.
예쁘게 포장하자면, 좋아해서 아낀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은데, 사랑은 '강도'보다 '빈도'가 더 좋다고 하니 오늘은 그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려고 한다.
김포 장릉으로 출바~알, 쓔슝~^^
눈이 내리면 가보고 싶은 곳인데, 다행히 오전에 눈이 내려서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겨울 문화해설사님이 "장릉에서 눈꽃 사진을 찍으려면 새벽에 와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으나 아직 그 정도의 열정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사람이 오가는 길은 부지런한 직원들이 눈을 다 쓸어서 깨끗할 거라 생각했는데 하얗게 덮이긴 했으나 아직 그 정도로 눈이 쌓인건 아니었는지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눈에 띄게 굵은 눈발과 가느다란 눈이 섞여서 내리고 있으니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관람 방향' 안내에 따라 재실 쪽을 향해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과 옛이야기를 추억하며 다 꺼내놓을 것 같다.
'네가 사는 세상에도 눈이 내리니?'
눈발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하고, 가끔 빨리 걷는 관람객 한두 명 있을 뿐 온 세상이 고즈넉하다.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장릉의 유명한 원앙은 없지만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저수지는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이 자리에 오래 서있고 싶었지만 원앙과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ㅎㅎ
눈 내리는 날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열심히 눈으로 담았다.
저수지에서 노니는 원앙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벤치.
언제나 인기가 많아 자리 차지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1인 매트만 챙겼어도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었는데 아쉽다;;
저수지를 지나 재실 뒤편으로 걷다 걸음을 멈췄다.
지난겨울,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슬로모션으로 찍어보겠다고 여러 번 시도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벌써 1년이 지나다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끼며 다시 한번 슬로모션 시도했으나 역시나 실패~!
누군가 나뭇가지를 흔들어줘야 가능한 영상인데 혼자서 나뭇가지 흔들고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슬로모션으로 촬영하기엔 시간이 안 맞다;;
느리게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한 산책길을 그냥 가기 아쉬워 한 바퀴 더 걸었다.
혼자 심취해서 걷다가 등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멈칫했더니 우산 쓰고 뚜벅뚜벅 걸어오던 관람객은 "너무 좋지요~"하며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랬다.
"너무 좋다" 이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눈 내리는 장릉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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