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쌤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손쉽게 행복해지는 아주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면, 순간의 기분을 바꿔주는 핵심 호르몬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인데, 이것들이 동기부여를 유발하고 행복감을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호르몬이라고 한다.
목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으로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에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목표를 크게 세웠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매일 100%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면 매일 행복의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도파민을 위한 작은 목표, 바로 정했다.
계양산 둘레길 걷다가 목상동 솔밭길 따라 집으로 돌아오기.
목상동 솔밭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맬 때 '그 길 따라 걸어가면 아라뱃길'이 나온다는 조언을 들었을 때부터 무척 궁금했는데, 드디어 오늘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행복의 도파민을 위해 계양산으로 가보자, 쓔슝~^^
계양산 정상을 가거나 계양산 둘레길을 걸을 때면 항상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시작하는데, 오늘도 예외 없이 계양산성박물관으로 갔다.
계양산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에 '계양산 갈게요'하며 신고식을 치러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계양산 둘레길 1코스대로 걷다가 목상동솔밭에서 곧장 아라뱃길 쪽으로 가려고 했으니 안내도는 무의미하지만, 이제야 눈에 들어온 인천종주길 코스.
인천종주길 코스가 이렇게 많다니...
올해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겠구나~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데크길.
다음에 또 계양산을 찾는다면 이 데크길 따라 내려가 볼 생각이다.
7개의 갈래길이 있는 임학정.
지금은 둘레길 가는 방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수막 쪽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처음 계양산 둘레길 걸을 때 가장 난감했던 장소다.
물론 지금도 둘레길 가는 길만 알 뿐 다른 길은 걸어본 적 없다^^
임학정에 도착할 때까지의 길은 눈이 녹아 질척거렸는데, 그늘진 숲길의 빙판길을 걸으려고 보니 좀 전의 질척거리며 신발에 달라붙는 흙은 애피타이저였나?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걷지만 미끄러워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건너편에서 아이젠을 착용한 채 걸어오는 등산객을 보며,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낮은 산도 아이젠이 필요하다는 것을...
계양산을 얕본 게 아니라 등산 초보로서 이렇게 걷기 힘들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거다.
낮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눈 쌓인 겨울산은 처음인 탓에 경험 부족이다.
조언을 해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직접 고생해봐야 아는~~^^
한번 걸어본 길이어서 그나마 익숙한 탓에 머리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대신 다리가 고생하며 걸었다.
목상동 솔밭은 아직 멀었건만, 울창한 소나무에서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걷기 좋은 길이다.
하지만 걸을 땐 적당히 덥다가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멈추면 이내 한기든 것처럼 으슬으슬 추워서 쉴 수 없다.
그러니 무조건 전진이다.
목상동 솔밭 0.9km, 계양산 정상 0.96km.
예상 시간보다 빨리 솔밭에 도착할 모양이다.
'그렇다면 계양산 정상에 한 번 올라가 봐???'
와~
이때 왜 이런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겼을까?
잔잔한 돌계단의 유혹에 못 이긴 척 계양산 정상을 향해 걸었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오르다가 한 번씩 멈춰서 숨 고르기.
누군가 친절하게 '456 계단'이라고 적어놨다.
여기서부터 456 계단 남았다는 뜻? 아니면 걸어왔다는 뜻?
뒤돌아보니 걸어온 계단도 만만치 않다.
포기하고 내려갈 수 없는 어중간한 지점에 서서 고민하다 급격하게 추위가 몰려와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등산 안전 시설물 논란' 관련한 글을 읽은 적 있는데, 계양산 오르는 계단에서 하단에 있는 로프보다 유난히 닳은 상단의 로프를 보며 그 기사가 생각나 씁쓸했다.
추락할 위험이 높은 절벽 구간에 설치된 난간이나 계단은 꼭 필요할 것 같은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암릉이 아름다워서 가는데 난간을 설치해서 능선을 망쳐놨다는 것이다.
댓글도 편이 나뉘었다.
'용감한 사람들이 자연에 도전하는 것이니 자기 책임 하에 갈 사람만 가는 게 맞다'며 난간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이 있는 반면 '전문 산악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남녀노소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배려에 감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는 후자 쪽이어서 로프나 난간이 설치되어 있으면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이웃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어쩔~~
영상 찍을땐 몰랐는데 이제 보니 '춥다' 소리 대놓고 하고 콧물도 훌쩍~ ㅎㅎ
우여곡절 끝에 계양산 정상 도착~
정상에 도착하면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데...
아, 애초에 계양산 정상에 올 계획이 없었으므로 오늘도 수첩이 없다^^
칼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손가락이 얼얼했다.
그럼에도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풍경을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는 등 저마다 행복하고 평온한 모습이다.
늘 그렇지만 특히 한 걸음 한 걸음 정직하게 겨울산에 오른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철탑 오른쪽 계단에서 올라왔으니 내려갈 땐 왼쪽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계단이 미끄러워 눈이 녹은 왼쪽 길로 내려가면 그나마 목상동 솔밭으로 가는 피고개에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계단보다 더 힘든 길;;
쪼그려 앉아서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갔다.
피고개 도착.
목상교 솔밭까지 1km라고 적혀있다.
계획에 없던 계양산 정상에 오른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음~ 목상교 솔밭 가는 길도 만만치 않군...'
작년 9월에 왔을 땐 솔밭에서 피고개로 걸었고 계절도 달라 '이 길이 맞나' 싶었다.
멈춰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피고개에서 본 여자 등산객이다.
"왜 이 길로 내려가나 싶어서 따라왔다"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
계산역 가는데 같이 가잔다.
계산역?
들어본 적은 있으나 모르는 동네다.
목상동 솔밭으로 간다고 하자 앞장서서 걸었다.
"???"
그녀는 축지법을 쓰는 게 틀림없다.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다가 멈춰 서서 내가 따라오기를 기다렸다 또 앞서 걷길 수차례 반복했다.
솔밭 스탬프함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준 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던 길로 사라졌다.
혹시 등산객을 가장한 산신령??
드디어 둘레길 걸을 때 길을 잃었던 곳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을 지나 아라뱃길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잘 찾아온 것이다.
목상교 솔밭을 벗어나면 곧바로 아라뱃길로 이어지는 비밀의 통로 같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도로?
전혀 생각지 못하게 펼쳐지는 상황에 조금 당황했다.
모르는 동네여서 지도를 켰다.
드디어 아는 곳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시천나루선착장을 향해 출발~
안개협곡을 지나고 지난봄 만개한 매화꽃을 처음 만난 매화동산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매화 핀 봄철 잠깐 이 길을 걸었을 뿐 이후 한 번도 찾지 않은 곳이다.
이제 곧 매화가 필 때니 그때 또 부지런히 다녀야겠지?
시천나루선착장 도착~~~~
얕봐서가 아니라 몰라서 무모하게 올라갔던 겨울 계양산 정상.
대신 행복의 도파민 뿜뿜~
ps.
겨울산,
다시한번 겸손해지리라 굳게 다짐.
아이젠,
올 겨울에 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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