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선 꽃바람이 한창이지만, 우리 동네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심리가 참 묘해서 꽃은 보고 싶으나 관광객 붐비는 곳은 좋아하지 않아서 어쩡쩡하게 3월을 지나고 있다.
대신 그동안 아껴둔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의도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내고 있는데,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걷는 즐거움을 2배로 즐길 수 있는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은 알고 보면 처음 걷는 길이라는 사실~^^
걷는 즐거움이 있는 무의도로, 쓔슝~^^
▶오늘의 코스: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03.17)
▶이동경로: 큰무리선착장 - 해안 데크길 - 헬리포트 - 큰무리선착장
▶소요시간: 4시간 50분(쉬는 시간이 많음)
▶길안내: 무의도 이정표
▶참가자: 구갑룡산악회
큰무리선착장에 있는 무의편의점을 좌표 찍으면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로 안내된다.
초행길인 경우 차를 타고 진입하면 편의점과 카페가 먼저 보여서 건물 뒤에 있는 둘레길 진입로인 계단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현수막이 가리고 있어서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사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얻었다.
특별히 간식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주차와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마음이 편하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곧바로 '국사봉'과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로 갈 수 있는 두 갈래길.
이미 국사봉을 오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트레킹 둘레길로 Go~~
조금 전 지나온 무의대교가 한눈에 펼쳐졌다.
잠진도와 무척 가까운 거리지만 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고 다녀야 해서 오랜 세월 동안 상당히 불편했을 것 같다.
검색해 보니, 무의대교는 2019년에 개통되었다.
불과 5년밖에 안 되었지만 섬마을 주민들의 교통이 편리해져서 다행이다.
나무 종류는 조금 다를지언정 동네 산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는 심한 오르막이 없어서 편하게 걸었다.
걷다가 노루귀 발견~~~
노루귀를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용케 낙엽에 반쯤 가려진 노루귀가 눈에 들어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수목원이 아닌 야생에서 노루귀를 본 건 처음이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분홍 노루귀와 하얀 노루귀에 정신이 팔려서 낭떠러지 쪽으로 계속 발을 디뎠다가 쭈르르 밀려서 식겁했다~^^
조선 후기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를 가기 위해 무의도를 주둔지로 삼고 진을 치던 곳에 구낙구지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이름이 특이한데, 군락(軍落 - 군인들이 모여 있는 무리)과 구지(九地 - 적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을 만한 곳)의 합성어인 '군락구지'로 불리다가 현재 '구낙구지'로 변형되었다고 전한다.
'웬수부리'를 지날 땐 성난 파도소리 때문에 땅 위에 있는데도 파도에 휩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걷는 길은 평탄해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섬의 특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걷다 보니 드디어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의 백미인 해안 데크길이 펼쳐졌다.
요즘 산행 때 먹는 컵라면의 매력에 빠져서 무의대교 바라보며 둘이서 먹방을 찍었다~^^
(유독 달걀이 커 보이는 이유는, 최근 로컬푸드에서 약간 비싼 달걀 한 판 샀는데 다른 달걀과 비교될 정도로 크기도 하지만 30개 모두 쌍란임)
인증샷도 찍어보고 지나온 길도 돌아보며 여유있게 걸었다.
바로 실미도로 갈 수 있는 해변 입구에서 멈췄다.
'유료로 운영하는 유원지'라고 적힌 안내판에는 '둘레길 트레킹 코스'는 산쪽으로 올라가라고 적혀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무의도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다.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은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던 'MUUIDO'라고 적힌 분홍색과 빨간색의 이정표도 제법 익숙해졌다.
메마른 숲속에 생강나무만 홀로 피어 발길을 붙잡았다.
너무 예뻐서 찰칵 찰칵~~
대부분 외길이어서 크게 벗어날 일은 없다.
더군다나 갈림길에선 'MUUIDO' 표지판이 길 안내를 잘 해주고 일정 거리마다 표지판이 있어서 길치가 걷기에 최적이다.
패류 양식어장이므로 불법 채취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적힌 문을 통과~
소나무로 둘러싸인 제법 넓은 공터다.
바람도 막아주고 빼곡한 소나무 덕분에 그늘도 있어서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산악회나 회사 야유회도 모두 포용할 것 같다.
여기서 컵라면을 먹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먹었나 보다~^^
바닷가에서 걸어오는 등산객을 만났다.
실미도 해변가를 걸어서 바로 이곳까지 왔단다.
앞서 포스팅엔 적지 않았으나 둘레길을 돌아서 실미도유원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었다.
다시 둘레길 표시대로 걸은 우리는 살짝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양심을 지켰다는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완벽한 간조 때문인지 실미도는 섬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나만 알고 싶은, 그러나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런 곳~
망중한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또다시 걷기 좋은 데크길을 걸었다.
성난 파도가 일렁이는 만조 때의 모습이 차라리 더 멋있을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인증 사진 한 장 찍어보려고 했지만 찍어주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미숙해서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산길을 내려오니 작은 하나개해변 이정표와 함께 또다시 데크길이 펼쳐졌다.
저 멀리 하나개해수욕장의 상징과도 같은 짚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뜻밖의 '셋째 공주와 호랑이' 조형물.
산속에 사는 호랑이에게 해마다 재물을 바쳐야 했는데, 하늘나라 셋째 공주가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추자 호랑이는 그만 넋을 잃고 재물을 가져가는 것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이 셋째 공주에게 감사의 축제를 열었는데 '춤추는 섬'이라는 뜻의 무의도(舞衣島)가 되었다고 하니 무의도에 있는 호랑이와 공주의 조형물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엔 독특한 조형물이 많다.
커다란 꽃게가 있는 달우지는 어부들이 달구경하며 쉬던 곳이라고 한다.
꼭 달우지가 아니어도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은 무념무상으로 숲길과 해안데크길을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걸어가도 되지만 오늘은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 이정표대로 걷기로 했다.
트레킹 시작할 때 갈래길이었던 곳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그 방향으로 걸었다.
이미 두어 차례 걸었던 길인데 반대 방향으로 걸으니 느낌이 새롭다.
무사히 원점회귀~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 1구간(구낙구지길 2.21km)과 2구간(까치놀길 2.96km)을 포함한 길은 실제 얼마 되지 않지만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길어서 5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어느 둘레길보다 걷기 편한 길이었다.
다음엔 만조 때 다시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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