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오늘이 가장 젊다! 꽃같은 친구들과 1박 2일 서산 여행(04.13~04.14)

문쌤 2024. 4. 18. 06:00

"수선화 보러 가자~!"
 
이 한 마디에 차량, 펜션, 맛집 등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프로 일잘러 친구들과의 서산 여행.
 

1일 차, 점심

나와 달리 입맛도 솜씨도 보통이 아닌 친구들을 만족시키는 식당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그 어려운 걸 해 낸 식당이 있었으니 서산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는 '맛있게 먹는' 어쩌구 하는 식당에서 제철 쭈꾸미 샤브샤브와 갱개미(간재미)무침을 주문했다.
 
양푼에 담겨진 살아있는 두어 마리 큰 쭈꾸미를 보고는 덥석 '맛집 인정'할 뻔했는데, 그 뒤론 죽은 것에 크기도 형편없이 작은 쭈꾸미여서 완전 실망 실망 대실망~;;
(손가락 세 마디 크기의 죽은 쭈꾸미 먹겠다고 웨이팅 한 게 아니란 말이지~)
 
역시나 친구들 입엔 '그저 그런 식당'으로 각인되었다.
 
수제비 양 많은 건 인정~^^
 

해미읍성
친구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이모티콘 대방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무슨 날인듯 싶은데 아무도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 느긋함~^^
 
그렇지만 인증 사진은 포기 못 해~ ㅎㅎ
 

 

정겨운 다듬잇소리.
낭랑한 다듬잇소리에 녹음기에서 나는 소리라고 의심될 정도로 정확해서 확인차 봤더니 할머니 두 분이서 관광객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계셨다.
교대하실 할머니 두 분은 대기 중~

아이디어가 참 좋다.
 

혼자 갔다면 여기저기 쏘다녔겠지만 허리 수술한 친구, 팔 다쳐서 팔걸이 한 친구 등등을 위해 최대한 느리적거리며 걷거나 경치 좋은 풍경은 멀리서 조망하기~
 

도톰한 연분홍 꽃잎 다섯 장이 모여 꽃 한 송이 빚은 모과나무 꽃.
 
벚꽃 피는 시기에 모과꽃도 피는데 워낙 숫자적으로 밀린 탓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예쁜 걸로 치자면 벚꽃을 이기고도 남는다.
 

장보기

숙소에 짐 던져놓고 시내 장 보러 나왔다가 모두들 수제 도넛 가게에 시선이 꽂혔다.
 
"꽈배기 나오는 시간이 적혀있을 정도면 맛은 보장한다는 뜻"이라며 맛만 보자는데 의견 통일~!
 
통팥이 들어있는 도넛은 정말 맛있었다. 
 
이것이 바로 2만 원의 행복이라며 자화자찬~
 

동네 산책, 저녁식사

장 본 물건 펜션에 던져놓고 이번엔 동네 구경하기.
 
시내에서 불과 5분 거리지만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동네인 데다 거의 대부분 전원주택이다.
 
정원이 예쁜 집, 텃밭이 잘 꾸며진 집, 멋진 소나무가 있는 집 등 동네 구경하다가 작은 암자에 가서 노을 구경 하고 숙소로 Go~~
 
다들 눈에 보이는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아픈 환자들이어서 이만하면 적당히 무리한(?) 일정이다.
 

저녁식사
펜션에 있는 모든 식기류 다 쓰는 반찬들

 
그렇지만 저녁식사는 아픈 것과 상관없이 '엄마 모드'로 준비하는 극성맞은 대한민국 엄마들이다~
 
숙소에 압력밥솥이 있으니 직접 밥을 하겠다는 걸 겨우 말려서 햇반으로 해결하고, 국은 시내에서 올갱이국 포장해 온 걸로 해결했다.
 
각종 장아찌류를 잘하는 친구, 산나물 반찬을 잘하는 친구, 생미역과 톳으로 입맛 돋우는 반찬을 만든 친구들이 마련한 저녁 식탁.
 
서로 무슨 반찬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각자 알아서 다른 반찬을 준비했다. 
 
이렇게 솜씨가 좋으니 웬만한 식당은 괜히 맛집이라고 명함 들이밀었다간 혼쭐나기 십상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저녁 드라마 끝나기도 전에 각각 방으로 들어가 취침~ㅎㅎ
너무 재미없어 보이지만 이게 우리에겐 최상의 즐거움이다~^^
 
(이렇듯 다들 저질체력이고 환자들이니 내가 하루 만보 걷고 둘레길 걷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어필하고 싶다~ㅎㅎ)
 

2일 차 아침

어제 저녁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집에서 직접 눌러서 만든 현미누룽지와 어제 못 보던 다른 친구의 반찬이 추가되었고, 무엇보다 산에서 캐 온 두릅을 선물 받았는데 친구들과 나눠먹으려고 일부러 아껴둔 생두릅까지 가져온 착한 친구들의 선물 같은 아침식사 시간이다.
 
누룽지 끓는 동안 생두릅 다듬고 데쳐서 준비한 두릅나물은 최고 반찬이다.
 
올봄 두릅은 처음 먹어본다.
 
비로소 봄을 먹은 듯~^^
 
이럴 때 누룽지 추가는 기본이다~^^
 
 

서산 유기방가옥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인 서산 유기방가옥에 도착했다.
 

유기방가옥 안내도를 보니 온통 수선화, 수선화 그리고 또 수선화...
 
너무 좋다~^^
오늘은 나르시시즘도 허용하는 분위기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라고 적혀있다.
뜻밖인걸~
 

3월부터 피기 시작한 수선화여서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으나 산 위로 올라갈수록 노란 수선화는 장관을 이뤘다.
 
특히 소나무숲에 핀 수선화는 각종 SNS에서 본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사진에 담기지 않아 그저 눈으로 담는 걸로 만족~^^
 

그렇다고 사진을 안 찍었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몇 걸음 지나 독사진, 단체사진 찍기, 또 몇 걸음 지나 독사진, 단체사진 찍기...
이렇다 보니 걸음은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간다.
 

 

어찌된 일인지 유기방가옥 동백은 아직도 붉은 꽃송이 그대로다. 동백꽃 종류가 많아 좋아하는 동백꽃 만나기 쉽지 않은데 딱 내가 좋아하는 동백꽃이다.

 
입구의 시든 수선화를 보며 입장료(8,000원)가 아깝다고 했는데 유기방가옥 한 바퀴 둘러본 후엔 다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고 한 마디씩 했다.
 
이렇게 많은 수선화는 다들 처음 본 듯~^^
 

2일 차 점심식사

현지인 추천받아 맛집 중 맛집으로 손꼽히는 토속음식점 진국집 도착.
 
찾아가기 힘든 골목집이다.
최소 50년 이상 되었을 법한 허름한 식당.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웨이팅이 있다.
 
그러나 일명 음식 전문가들이 평가해서 맛집으로 인정한 블루리본을 무려 2018년부터 매년 받은 찐맛집이다.
 
칭찬 일색이니 더 궁금하다. 
기다려서 먹는 식당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대놓고 맛집이라고 하니 당연히 기다려서 먹어야겠지?
 

 

여섯 명이 같이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어서 세 명은 신발 벗고 들어가서 먹고 나머지 세 명은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보리굴비가 포함된 게국지 6인 주문)
 
푸근한 둥근 상에 밑반찬과 함께 1인용 뚝배기 4개 등장.
얼핏 봐선 멀건 배춧국, 노란 호박찌개, 들깻가루 들어간 배춧국 그리고 김장 우거지 같은 배추로 끓인 김치찌개처럼 보이는 뚝배기가 둥근 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어떤 게 오리지날 게국지일까?
 
메뉴판엔 '꽃게탕이 아닙니다'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다른 식당에선 게국지가 꽃게탕으로 진화했나 보다.
 
도저히 모르겠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멀건 배춧국이 게국지라고 알려주셨다. 
 
절인 배추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게국지가 서산의 진짜 게국지인 것. 
인근 태안 등지에서 파는 '꽃게탕'은 전통 게국지와는 다른 음식인 게 맞다.
 
 

2일 차, 휴식시간

 

 

사찰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쌍화차 마시고 낮잠 자기~^^
 
여행은 어디를 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갔느냐가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짧은 1박 2일 서산 여행.
잔잔한 일정, 조용조용한 수다, 맛있는 음식...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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