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걷는 즐거움]

[2024 걷는 즐거움] 단군신화를 품은 마니산을 걷다, 인천둘레길 15코스(04.28)

문쌤 2024. 5. 1. 06:00

블랙야크 100대 명산인 강화 마니산이 인천둘레길 15코스라니 좀 의아했다. 
분명 '둘레길' 걷기인데 내 기준으로 마니산은 '둘레길'과는 거리가 먼 아주아주 힘든 코스기 때문이다.
 
마니산 1004계단을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는 이웃 블로거님의 꾐(?)에 넘어가 작년 7월 처음 다녀온 후 그 동네엔 고개도 안 돌리고 있는데 인천둘레길 15코스이니 안 갈 수 없다.
 
산신령님도 40분으로는 어림없어 보이는 마니산.
살짝 긴장하며 출발해 보자, 쓔슝~^^
 

 

 
▶오늘의 코스: 인천둘레길 15코스(04.28)
▶이동 경로: 마니산 매표소 - 계단로(1004계단) - 참성단(스탬프함) - 단군로(372 계단) - 마니산 매표소
▶소요시간: 예상 소요시간 5.2km, 3시간/ 실제 소요시간 6.16km, 3시간 14분
▶길 안내: 트랭글, 리라이브
▶참가자: 구갑룡산악회

 

마니산(摩尼山)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아름다운(?) 마니산을 언제 다시 와보겠는가.
혼자 보기 아까워 둘이서 갔다.
 
1004의 짜릿함을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치유의 숲과 천부인광장을 지나 걷기 좋은 숲길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불과 몇 미터 되지 않은데도 하늘을 뒤덮은 연둣빛 나뭇잎에 감탄을 하며 걸었다.
 
지저귀는 새소리, 듣기만 해도 시원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 
천국이 따로 없다.
 

인천둘레길 15코스 강화 마니산은 마침 내가 딱 한 번 걸었던 그 코스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참 다행이었다. 
 
다만 무시무시한 계단 높이와 1004계단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니산 참성단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수수한 병꽃나무 꽃은 무거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기(氣) 받는 160계단'을 걸으며 '氣' 받는다 생각하니 없던 기운이 솟는달까?
 

화암 유형석의 시문이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쉴까 했는데, 웬걸...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던 등산객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대로 통과하기로 했다.
 

돌계단 틈에서 자라는 제비꽃이 기특해서 걸음을 멈추고 눈 마주치며 사진을 찍었다.
 
절대 힘들어서 쉬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다~^^
 

어머나~
이번엔 바위 틈에서 자라는 기특한 제비꽃.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계단 지나 암릉, 암릉 지나면 계단의 연속이다.
 
계단을 걸을 땐 차라리 암릉 구간을 걸을 때가 더 나은 것 같고, 암릉 구간을 걸을 때면 계단이 더 나은 것 같은 변덕을 부리게 된다.
 
아찔한 마니산 함허동천 코스는 아직 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1004계단도 위험한 낭떠러지 구간이 있어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그러다 시야가 확 트인 구간이 나오면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도 금세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온다.
 

마니산 매표소에서 올라올 땐 홀로 산행이거나 가족 단위의 산행이 대부분이었는데, 정상에 가까워지자 단체 등산객이 많았다.
 
한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

스탬프 찍으며 감상에 젖어볼까 했는데 양쪽에서 단체로 오가기 때문에 한쪽으로 비켜서서 지나가길 기다리다 겨우 스탬프 찍고 인증 사진 한 장 찍고 끝~^^
 
그런데 당시엔 주변이 어수선해서 스탬프 찍고 인증 사진 찍자마자 스탬프북을 배낭에 넣어서 잘 몰랐는데 스탬프가 반대로 꽂혀있었는지 도장이 반대 방향으로 찍혔다 ㅎㅎ
 
인천둘레길 15코스는 스탬프를 찍고 곧바로 단군로로 내려가도록 안내하고 있으나 참성단과 마니산 정상에 가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건 마니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산에서 '조금만 가면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조금만 가면 참성단이고 또 조금만 더 가면 마니산 정상이다.
 

 개천절 개천대제를 봉행하고 전국체전 성화 봉송 채화지인 참성단(사전 제136호)과 우리나라 나무 중 처음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소사나무(천연기념물 제502호).
 
사람이 너무 많다...
 
기다려보자...
 
그러나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
 
사람 없을 때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냥 대충 한 장만 찍고 가자~^^
 

참성단에서 보는 건너편 마니산 정상목.
그곳 역시 얼핏 봐도 등산객이 너무 많다.
그래도 가봐야겠지?
 

노란 피나물 꽃이 수수하게 수놓은 마니산 정상 가는 길.
 

좁은 헬기장과 바위 위의 정상목이 전부인 마니산 정상.
 
4월 마지막 주말인데도 햇빛은 내리꽂는 것처럼 따가운데 앉을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단체 관광객이 넓게 돗자리 깔고 식사하는 바람에 헬기장 절반을 차지하고, 20명 남짓한 단체뿐 아니라 대여섯 명씩 온 소규모 등산팀도 여러 팀이다.

여차하면 함허동천, 장수사 가는 방향으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거나 낭떠러지 쪽 자리에 앉아야 했다.
 
인증사진도 찍으려면 긴 줄 서야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이 와중에 건너편 참성단은 오히려 더 멋있고 사방이 트인 강화에 모든 우울한 기분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서서 물 마시고 간식 욱여넣고 주변 둘러볼 새도 없이 사람 바뀔 때  마니산 정상목 후다닥 찍고 다시 하산했다.
 
마니산이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산이었다니... 놀라웠다. 
 

하산 길은 단군로다.
372계단이라고 하니 1004보다는 훨씬 너그러워 보였다.
 
섬 이름은 모르지만 단군로에서 보는 풍광이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쉬엄쉬엄 내려가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단연 마니산에서 최고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꽃과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는 최고의 선물이다.
 

누군가 '웅녀계단으로 올라갔다'고 쓴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알고 보니 '단군로=372계단=웅녀계단'이었다.
마니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겐 헷갈리기 딱 좋다.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연둣빛에서 점점 초록으로 변해가는 맑고 깨끗한 나뭇잎 그늘을 걷노라면 저절로 눈이 맑아지는 것 같다.
 
마니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신록으로 눈 샤워를 한 기분 좋은 느낌.
 
인천둘레길 15코스 강화 마니산은 맑은 기분으로 마무리했다.
 

고마워, 트랭글

 
 

수고했다, 리라이브

 
 
 

ps.
둘레길 걷기보다 강화 대표 향토음식인 젓국갈비 먹을 생각에 부랴부랴 하산한 이유가 크다.
 
한번 먹어본 좋은 기억 때문에 같은 식당을 다시 찾았다.
갈비탕에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여러 가지 채소와 버섯을 올린 슴슴한 젓국갈비.
그 슴슴한 맛에 반해서 주문했는데 역시나 맛있다.
젓국갈비 때문에라도 마니산 걸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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