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영월 가볼만한곳] 느리게 걷는 능말 생태탐방로&반딧불이

문쌤 2024. 6. 18. 06:00

 영월에 가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장릉 옆 능말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다.

지금껏 제대로 반딧불이를 본 적 없는데 이웃 블로거의 사진 한 장이 불을 지폈다.
 
깜깜한 밤에 반짝거리는 반딧불이 보러 능말로 가볼까?
쓔슝~^^
 

 

 

능말 웰빙 산책로 걷기

 

전국적으로 산, 해안 가리지 않고 자연보호 차원에서 혹은 안전 상의 이유로 데크길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능말 생태 탐방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다. 
 
계절적으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여름인 탓도 있겠지만 다른 곳과 달리 진하고 달큼한 향기를 담은 미스트를 뿌리는 것 같았다.
 
빨리 걸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아 제자리에 서서 깊이 호흡하며 피톤치드 마시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계단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이 들었다는 뜻이라고들 한다.

핸드폰 바탕화면이나 카톡 배경화면에 집중적으로 꽃이 주인공일 때가 아마 나이 듦의 증거라고 하니 딱히 변명거리가 없다. 
 
하지만 신록은 조금 더 차원이 높은 경지에 다다라서야 느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작은 씨눈이 보드라운 연둣잎을 거쳐 초록으로 물드는, 사람으로 치면 청년시대인 신록은 차라리 빛나는 청춘이다.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신록예찬> 中

'6월은 나리의 계절'이라고 하던데 아니라고 우기다가 우연히 만난 나리꽃을 보며 비로소 수긍하게 되었다.
 
초록으로 무성한 산길을 걷다가 짙은 주황색 나리꽃 보며 '6월은 나리의 계절'을 절반만 인정하기로 했다.
 

맨발걷기

장릉 생명의 숲 어싱길.
황톳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서 맨발로 걷기에 아주 좋았다.
 

공교롭게 황톳길 옆으로 뽕나무가 많아 마침 황톳길은 오디 길이 되었다.
 
어쩌다 발에 밟혀 터진 오디가 닿는 감촉도 나쁘지 않았다.
대신 발바닥은 물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지만~^^
 

영월 능말 두꺼비

 
 

꺄 악~~!!!!!

신록에 취해 어슬렁 걷다가 하마터면 두꺼비를 밟을 뻔했다.
땅 색깔과 비슷해서 있는 줄도 몰랐다가 기겁하는 줄~^^
 

반딧불이

 

저녁식사 후 숙소에 짐 던져놓고 다시 능말 전나무숲을 찾았다.
 
랜턴이나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낮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었다.
 
멋진 반딧불이를 찍으려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을 만났다.

너무 심플하게 간 우리는 중요한 순간을 성의 없이 대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상상 속의 반딧불이는 영화 <클래식>에 나오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반딧불이의 모습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반딧불이를 보는 역사적(?) 순간이다.
 
랜턴과 핸드폰 불빛을 모두 끄고 숨죽이며 영접하는 시간, 두둥!!!!
 

아......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아니다. 
보초병 대여섯 마리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반짝거리다 보니 상상 속의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없었다.
 
그래도 '반짝'이는 반딧불이 봤으니 소원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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