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49일차. "날 쏘고 가라" - 우리나라 최초 천만 영화의 그곳, 실미도

문쌤 2022. 11. 3. 23:41


"날 쏘고 가라"

대사만 봐도 영화 '실미도'가 떠오른다.

안성기, 설경구 두 배우의 명품 연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천만 영화로 기록되며 한국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2003년 12월 개봉한 영화 '실미도'는 "날 쏘고 가라"라는 대사가 유행하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개봉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날 쏘고 가라" = '실미도'라는 공식처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다.

그 기억을 끄집어 내서 실제 '실미도'에 다녀왔다.

실미도에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음... 영화 부작용이다.



오늘은 대중교통이 아닌 승용차로 움직였다.
지난번 갔던 무의도 무의대교를 지나야 만 실미도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때와 같은 무의 1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실미 삼거리에서 내려 1km 정도 걸어야 한다.


https://630829.tistory.com/114

[100일 걷기 챌린지]12일차. 인천국제공항에서 떠나는 섬 여행,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공항과 걷기, 무슨 상관이 있을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무의도를 가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많이 걸을 각오를 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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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해수욕장(실미유원지)에 가면 실미도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실미 유원지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야 '실미도'로 들어갈 수 있다.
실미 유원지 간판은 너무 오래 되어 글씨가 흐릿해서 '실미 유원지'임을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 입장료 〓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
당일 주차 3,000원
당일 캠핑 5,000원(캠핑 시간 07:30~19:00)
야영비 10,000원

실미도 물때표



입장료 계산할 때 직원이
"만조 시간이라 실미도는 못 들어갑니다"
라고 말했다.

실미도에 왔지만 실미도엔 못 들어가고 유원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실미유원지는 '실미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실미 유원지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비로소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실미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만조 시간이어서 들어갈 수 없는데 그래도 입장료 내고 들어갈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 실미도 STORY

실미도는 인천광역시 중구 용유동에 딸린 무인도로, 섬 대부분이 해볼고도 80m 이하의 야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미도 사건은 1971년 8월 23일 이 섬에 있던 북파 부대원들이 자신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탈출하여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한 뒤, 서울로 진입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 사건을 말한다.

베일에 쌓열 있던 실미도 사건은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1988)와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강우석 감독의 동명 영화 (2003년 12월 개봉)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의문에 쌓여있던 사건의 진상은 2006년 7월 과거사 진상 규명위원회를 통해 밝혀졌다.

'김일성 거처 습격' 등의 북파 임무를 위해 훈련받던 공작원들은 3년 4개월 동안 무인도인 실미도에 격리된 채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자 무장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과거사위는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공작원들은 민간인이었다는 사실 등 '실미도 사건'진상 조사 결과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점들을 밝혀 보고했다.


입장료와 주차료를 계산하고 들어갔다.
해풍 맞은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캠핑 텐트가 몇 동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 위로 마치 일부러 줄 맞춰놓은 듯 늘어선 작은 조개껍데기가 예쁘다.

캠핑하러 온 캠핑러들과 몇몇 사람들만 한가로이 해변을 걷고 있을 뿐, 조용하고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모습이었다.
영화 '실미도'를 떠올리며 막연히 무서울 거라 상상했다니...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분 바다는 물빛마저도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동네 한 바퀴나 공원을 걷는 느낌과는 달리 묘한 느낌이었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면 바닷물에 씻겨 모두 내려갈 것 같았다.


실미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실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모래톱이 드러나며 길을 만들지만, 이 시간에는 아직 건너갈 수 없을 정도로 바닷물이 덜 빠진 상태였다.


띄엄띄엄 몇 동 있는 텐트 옆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장과 공용 수도 그리고 그 옆에 화장실이 있는데(사진 없음), 화장실 바로 앞(하필 화장실 앞... ㅠㅠ)실미해수욕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맛집 벤치가 있다.


가지 많은 소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여름엔 햇빛을 가려주고, 비나 눈이 내려도 적당히 보호해 줄 정도로 듬직하고 멋스러운 곳이다.

벤치에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미리 준비해 간 보온병에 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도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그 시간만큼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누구라도 실미도에 간다면 꼭 그 벤치에 앉아서 뷰맛집을 실컷 누렸으면 좋겠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모래사장과는 약 1m 정도 높은 곳에 벤치가 있다. 벤치를 중심으로 오른쪽엔 실미도, 왼쪽 앞으로는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데크길이 보인다.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차 마시며 바다 감상하고 있으니 실미도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간조 시간을 못 맞춰 실미도에 못 들어갈거라 생각했는데 바닷물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벤치에 앉아 차 마시고 음악 들으며 물멍 때리고 있던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벌써 실미도 구경을 마치고 실미유원지로 나오고 있었다. 실미도 전체 둘레가 6km, 해발 고도 80m 이하라 마음만 먹으면 섬 한 바퀴 걸을 수도 있을 정도다.

실미도에서 바라본 무의대교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은 모래와 개펄로 이루어져 있다.
막대기에 미역이라도 매달려있을 것 처럼 보이는 엮여있는 긴 줄은 안쪽으로는 관광객이 지나다니며 굴 혹은 바지락을 주워도 되지만 물이 많이 빠졌다고 줄 바깥으로 나가면 주민들의 양식장이므로 즉시 방송을 한다.

간조 때 실미도 들어가는 길에서 마음만 먹으면 굴 1kg 정도는 무료로 거뜬히 채취할 수 있다.

"00 색깔 옷 입으신 분! 밖으로 나가주세요!"


실미도와 실미유원지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방송을 두 번 들었다.
생각해보면, 주민들이 일궈놓은 밭에 허락 없이 들어간 꼴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참고로 큰무리어촌체험마을(032-751-0310)을 통해 바지막 채취를 할 수 있다.
(대인 10,000원, 소인 6,000원 - 1인당 채취량 2kg)
입장료 영수증 제시하면 할인 가능.


여름휴가철 실미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11월 초 실미유원지(실미도 해수욕장)와 실미도는 가장 평화로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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