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 31

수원 화성행궁 둘레길에서 보내온 꽃편지

화성행궁 내 미로한정(未老閒亭)에 앉아있으니 성곽 밖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행궁 주차장을 통해 팔달산(서장대) 올라가는 길 표지판을 보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날씨는 따사롭고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걷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다. 성곽을 따라 계단을 오르니 한 폭의 수채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 같은 벚꽃이 활짝 피었고 앙상한 가지마다 새끼손톱만 한 연둣잎 새순이 돋아났다. 개나리는 벌써 메마른 덤불을 노랗게 채색하고 있다.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 화성행궁에서 그냥 갔더라면 이 아름다운 모습을 평생 못 봤을 거다. 올라오길 잘했다^^ 조금 더 걸어보자. 꽃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 보기로 했다. 살랑살랑 봄바람..

인천 중앙공원에서 만난 수선화&목련

인천문화예술회관에 갈 땐 주차장에서 바로 예술회관 쪽으로 가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기 때문에 중앙공원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공원이 있는 줄도 몰랐고 알았다 해도 표지석을 만나기 전까지 이곳이 중앙공원인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내 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곳이 아니었으므로. 오후 시간이 여유로워 예술회관에서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아담한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흐린 하늘인데도 입구에서부터 환하게 피어있는 백목련이 보였다. 우리 동네는 목련이 피려면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더니 웬걸, 목련나무 꼭대기엔 벌써 방긋 웃는 아기처럼 환하게 피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감탄하면서 목련꽃 그늘 아래 서있었다. 연꽃을 닮은 백목련은 탐스런 꽃봉오리로, 자목련은 한창 목필의 모..

인천 검암 매화동산에서 만난 매화

인천 검암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화 향기 그득한 매화동산이 있다. 매화동산은 2016년 4월 5일 인천 서구와 k-water가 함께 조성하고 관리하는 숲이다. 매화동산은 매화 이야기로 가득하다. 수령 40년 이상된 고매(古梅) 28주 외에 수양매(垂楊梅) 10주 등이 있고, 시비 3점(매화사, 뜰매화, 도산월야영매)이 전시되어 있다. 매화 향기 가득한 매화동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매화 동산' 간판 옆에 '머리 조심'이라고 적혀있다. 홍매화 몇 송이 올려진 걸 보니 문이 낮아서 미안했던 걸까? 궁금하다. 내 머리가 닿을지 안 닿을지... (요런 거 해보는 재미가 있음^^) 머리 닿지 않을 높이인데 미리부터 고개 숙이거나 허리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허리 펴고 고개 들고 들어가보자. 당당하게..

인천수목원에서 만난 히어리, 수양 매화, 풍년화, 복수초, 노루귀, 산수유, 올괴불나무

인천대공원 남문에서 호수로 가는 길 양쪽에 있는 벚나무에 드디어 꽃망울이 맺혔다. 이제 곧 활짝 피어 온 동네를 환하게 밝힐 날이 머지않았다. 이 길을 걸으며 딱 어울리는 글이 생각났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대녕의 첫 문장이다. 벚꽃이 필 때쯤 만나자고 하면 언제 가야 할까? 여자가 4월 말쯤 벚꽃이 피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여자의 고향인 선운사로 간 화자. 올해도 봄은, 벚꽃은 이렇게 으로 시작한다. 한반도 희귀 식물 세밀화 전시회인천수목원 산림전시관은 처음 가보는 곳이다. 세밀화로 그려진 두꺼운 식물도감을 갖고 있는데 전시된 작품이 궁금해 자연스럽게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 조금 더 큰 버전이다. 인천..

덕수궁에서 만난 산수유, 진달래

연둣잎새야 아기잎새야 추운 겨울에 어떻게 왔니 흰 눈 속에 꼭 숨어있다가 봄바람이 와 놀러 나왔지 분홍진달래 아기잎새야 추운 겨울에 어떻게 왔니 꽃눈 속에 꼭 숨어있다가 봄바람이 와 놀러 나왔지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줬는데 노랫말이 예뻐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기억을 못 한다. 심지어 검색해 봐도 찾지 못하는 중...(가사 아시는 분 댓글 환영~^^) 1898년 영국 건축가 하딩에 의해 설계된 3층 석조 건물인 석조전은 멀리서 사진 찍기^^(무료입장이지만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유료 예약 후 입장 가능하다. 덕수궁 산책하며 미술관 관람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아직까지 덕수궁엔 봄이 더디게 찾아오는 듯하다. 산수유와 진달..

양화진역사공원에서 만난 홍매화, 산수유, 진달래

'첨 뵙는 분이 나를 보고 화회탈 같다고 한다'라는 첫구절로 시작하는 '화회탈' 시를 쓴 농부 시인 김원근의 는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마법이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너의 고운 숨결 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긴 입맞춤을 한다 살아 움직이는 향기 속에서 귀도 눈도 닫았다 심장은 재가 된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을때 소탈하게 웃는 모습이 하회탈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예사로 흘리지 않고 그대로 한편의 시에 담은 넉넉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다. 매화. 입맞춤인듯 보일 수도 있겠다. 매화 향기를 맡으려면 매화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된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를 맡으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눈에 쌍심지 켜고 매화 향기를 ..

인천수목원에서 만난 홍매화, 납매, 영춘화, 복수초, 올괴불나무 꽃, 토투어스드레곤, 몰리스 풍년화, 산수유, 생강나무, 만리화, 산매화

인천수목원을 열흘 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꽃 사진을 즐겨 찍는 블친으로부터 수목원 봄꽃 소식을 들었는데, 꽃도 낯설고 이름마저 생소한 꽃소식을 듣고도 안 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일(월)은 휴무일 아닌가. 그럼 당연히 오늘 가야지^^ 그동안 몇 차례 인천 수목원 문턱을 넘은 덕분에 조금은 익숙해진 곳이다. 낯섦도 거부감없이 좋아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이길 수 없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사람, 익숙한 옷, 익숙한 음식, 익숙한... 등등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므로 인천 수목원에서 본 봄꽃 사진만 놓고 가련다. #1. 홍매 어느 사찰의 유명한 홍매화 사진을 톡으로 보내준 지인이 있다. 그에 비해 여린 가지에 군데군데 매달린 홍매화가 을씨년스럽지만 그럼에도 꽃잎은 그녀의 입술처럼 진분홍색을 띠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매화 & 생강나무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한 김에 여러 개의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 사진 역시 [하루 만보 100일 걷기]에 사용했는데 재활용했다^^ (누구는 이런 걸 '날로 먹는다'고 하던데... 큼큼~ ) 멀리 남산타워도 보인다... 아, 너무 흐려서 잘 안 보인다;; 박물관 내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다녔다. 박물관 오솔길은 규모가 작지만 마치 숲 속을 걷는 느낌이다. 박물관은 벌써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꺼번에 핀 매화 덕분에 이 근처는 매화 꽃향기가 바람결에 흩어진다. 덕분에 은은한 향기에 취해 멀리서도 매화꽃을 찾게 만든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벌써 떨어진 꽃잎이라니... 안~돼~!!! 산수유라고 확신하고 가까이 갔는데 생강나무였다^^ 산수유와 같은 시기에 피어 항상 구분이 안 가는 꽃인데 오늘 생강나무만..

청라호수공원에서 만난 봄 조팝나무 & 매화

꽃들도 피는 순서를 알까?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순서를 지키는지 참 신기하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점마저도 그냥 흘리지 않고 꽃과 나무에게 양분이 되는 이른 봄. 집 근처에서 봄꽃을 만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청라호수공원을 걸었다. 무념무상으로... 하지만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력에 감탄하며 좁쌀 같은 조팝나무 새순에도 저절로 발길이 멈춰졌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자연의 변화에 감각이 없다가 이제 조금씩 자연의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으며 알아가는 중이다. 꽃은 원래 주위에 항상 있었고 더군다나 화려하게 활짝 핀 꽃들만 봤기 때문에 허리 숙여 영접해야 할 정도의 작은 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애먼 카테고리 하나 때문에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아서 가장 화려하..

인천 장수천에서 만난 버들강아지 & 광대나물 꽃

남쪽지방에서부터 시나브로 찾아올 봄인데 오늘도 성급하게 봄마중 나가본다. 인천수목원의 꽃소식을 자꾸 전해 들으니 안 갈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정기휴무일이라는 거~^^ 인천대공원에서 그동안 안 가 본 길에 발자국 꾹꾹 남기며 한 바퀴 걷고 다시 장수천으로 향했다. 내 눈에는 비밀의 숲길같은 느낌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길이다. 지난달 이곳에서 이른 봄꽃 찾아보려다 실패했는데 경칩인 오늘은 그래도 뭔가가 피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버들강아지와 광대나물 꽃을 봤지만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계속 걸었다. 6km를 더 걸으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이라는 표지판을 만났다. 계산을 해보자. 나의 걷기 친구이자 감성이라곤 1도 없는 운동 코치 같은 헬스앱은, 평지인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