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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추천한 식당에 가다

유튜브를 알게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유튜브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초창기엔 중국어 공부와 관련된 영상을 주로 봤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참 성실했다. 중국어와 담을 쌓은 이후로는 좀 더 다양한 유튜브 세상에서 놀게 되었고 한 번 맛 들인 세상은 신세계였다. 즐거움은 끝이 없었다. 마치 마약 같았다. 어떤 날엔 건강 관련 영상을 보며 해외직구에 눈을 뜨고, 또 어떤 날엔 미니멀에 꽂혀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는 유튜버를 보며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혼자 밥 먹을때 먹방을 틀어놓고 밥 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는 말'을 주워듣고는 반신반의하며 집에서 혼자 점심 식사를 할 때 먹방을 틀어놓고 밥을 먹었다. 맛깔스럽게 설명하고, 한 입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며 깨작거리던 ..

잡지를 보면서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린 적 있나요?

TO. 언니에게 언니, 잘 지내고 계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지난주 통화를 좀 길게 했었잖아요. 그 후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목포에 가셨다는 문자를 받고는 모처럼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연락하고 싶은걸 참고 있어요. 저는 연휴 잘 보내고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돌아올 땐 진에어를 탔는데,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눈에 띈 잡지가 있었어요. 아참, 제가 평소 활자로 된 잡지를 잘 챙겨보는 편이거든요. 판매하는 잡지뿐 아니라 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도 눈에 띄면 챙겨 보는걸 좋아해요. 진에어에서 발행한 'Singles TRAVEL'인데 앞표지에 '2022 SUMMER'라고 적힌걸 보니 1년에 4번 발행하나 봐요. 'RUSTIC LIFE IN JEJU' 표지에 적힌 주요 주제는 '제주 로컬처럼..

우리은행 충성 고객, 어디로 가야할까?

지금은 화병을 많이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몸 어느 구석에 똬리 틀고 있던 화병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걸 느낀다. 상대방은 모르는 나만 느끼는 배신감이랄까? 지난 5월, 얼마 안 되는 돈을 정기예금으로 묶어두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주는 은행을 검색했다. 최근 대출이나 예금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율 비교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사실 금액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이자 따져봐야 별 차이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은행에 넣고 싶지 않은게 사람 마음 아닐까? 검색은 무슨... 검색은 무의미 했다. 은행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 은행의 이율이 얼마인 지가 궁금해서 검색해봤을 뿐... 신뢰감이 느껴지는 은행, 내가 평생 충성할 수 있는 은행. 나 스스로 성실한 ..

50살 아줌마의 중국 생존기 - 프롤로그. 엄마는 50살에 중국어를 배웠다.

나이 오십에 외국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한 일인가. 더군다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은 큰 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인내력이 아니고는 그 시간들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폰에 저장했다가 용량이 많아 네이버 MYBOX로 옮겨진 사진들은 그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나를 대변해준다. "열심히 살았던 나, 칭찬해" 해외 주재원 발령받은 남편과 함께 중국에 간 건 2015년 2월 1일이었다. 중국어에 관심조차 없었던 내가 과연 그 곳에서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많이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도 많고 도전 정신도 조금 있는 데다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은 즐기기까지 하는 기질이 있다 보니 잘 헤쳐나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남편은 내게..

밀키트, 신세계를 보았다! - 대구탕 밀키트/밀푀유나베 밀키트

마트 밀키트 코너에서 한참 서성인 건 순전히 냉장고 속 두부 반 모 때문이었다. 국내산 콩으로 만들었고 크기도 큰 만큼 일반 두부보다 더 비싸게 산 두부였다. '국내산 콩으로 만들었으니 몸에 좋겠지' 라는 마음으로 산 두부는 연 이틀 찌개와 탕으로 변신해서 저녁 밥상을 책임져 줬다. 두부는 제 할일을 다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절반이나 남은 두부는 오늘 오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깟 손바닥만한 두부를 다 못 먹어서 방치했느냐 묻는다면, 수십 가지 변명을 댈 수도 있다. 연휴 때 집에 없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아이들도 하루 이틀은 '건강' 운운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수긍하는 척하겠지만 며칠 째 고기 반찬 없는 식탁에 기운 빠져서 쓰러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다 제쳐두고 두부 반 모가 제 역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