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

[100일 걷기 챌린지]90일차. 당신의 열일곱 살은 어땠나요?/엄마와 딸의 이야기, 뮤지컬 <17세> 공연 후기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어서 일부러 예매를 안 했는데 어제저녁 공연 예매 사이트 둘러보다가 뮤지컬 빈좌석이 남아있어서 습관적으로 예매를 했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이야기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날 때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해서 공연장 가기 전부터 긴장을 하곤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 나의 17세 때는 어땠는지 기억을 떠올려봤다. 17세. 얼른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있는듯 없는 듯 평범한 학생이었고 가정형편 역시 너무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부자도 아닌 소박한 서민이었다. 학창 시절 있을 법한 흔한 일탈 한번 없이 그냥 무난한 학생이었다. 나의 열일곱 살이 이렇게 무미건조했던가? 좀 더 디테일하게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음... 기독교학교였던 탓에 매일 아침 번호대로 돌아가며 성경 ..

[100일 걷기 챌린지]89일차. 창밖을 봐, 눈이 와!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쏘다니지 마라고 미리 단속을 한다.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기상청을 불신하고 있었나 보다. 오후에 톡이 왔다. "창밖을 봐, 눈이 와!" 하얀 눈송이가 마치 슬로 모션처럼 내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앞동산 작은 숲이 커다란 수묵화로 변했다. 창문을 열어 시린 공기를 마주하니 오히려 더 나가고 싶어졌다. 눈이 많이 쌓이거나 갑자기 폭설이 내리면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므로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할 때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마실 나가기로 했다. 드림파크 공원. 2주 전에 갔을 때, 바스락거리며 잎을 떨구던 주변 나무와 달리 그때까지도 피어있는 국화를 봤는데 눈이 내리면 다시 한번 찾아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100일 걷기 챌린지]88일차. 당신의 발목은 안녕하십니까.

추운 겨울이지만 여전히 반팔 차림(요가하면 땀이 남) 위에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요가교실에 간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영화 록키의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복싱 선수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약도 없다는 불치병인가?? ^^ 오늘 아침에 요가교실 가는 중 복장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바지가 어정쩡한 길이인 데다 짧은 요가 양말에 운동화를 신었더니 맨살인 발목을 드러내고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젊은 사람들은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 신고 다니는데 이 정도쯤이야. 이 정도쯤이야????? Oh, Nooooo!!! 이팔청춘도 아닌데 강추위에 발목을 드러내고 다니다니!!! 마치 살을 에는 듯한 느낌이었다. 발목이 얼음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랄까? 궁금..

[100일 걷기 챌린지]87일차.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최고의 수면제는 '개그'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후 컴퓨터를 켜기 때문에 매일 자정 전에 글을 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고쳐야 하는 고질병이다. 고쳐야 할 고질병은 또 있다. 잠들기 전 유튜브를 틀어놓고 잠드는 것이다. 영상은 보지 않아도 된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 레전드 다시 듣기. 짤막한 사연을 묶은 유튜브 한편은 보통 30분 전후의 영상이 대부분이며 가끔 1시간 정도 되는 긴 영상도 있다. 그럴 때 있다. 많이 걸은 날이거나 괜히 피곤한 날은 잠들고 싶지만 잘 수 없는 그런 날. 몸은 천근만근인데 눈이 말똥말똥하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그런 날. 인문학 강의도 나를 잠들게 하지 못한다. 심리학 강의도 나를 잠들게 하지 못한다. 각종 건강 상식이나 경제 관련 영상도 심지어 듣기만해도 스르르 잠든다는 음악도 소용..

[100일 걷기 챌린지]86일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로 노래하다, 혼성 5인조 보이스밴드 엑시트(EXIT) 아카펠라 공연 후기

아, 정말이지 걷기 챌린지 간판 걸고 공연 후기 자주 쓰는 거 너무 민망하지만, 오늘 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니만큼 철판 깔고 공연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항상 공연 티켓 예매를 늦게 해서 보고 싶은 공연을 놓치거나 겨우 구석진 자리를 예매하는 경우가 허다한데(꼼꼼하지 못해서 그러함ㅠ) 공연도 티켓 오픈 한 지 며칠 지나서 예매하다 보니 구석진 좌석을 겨우 예매하게 되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 및 공연 입문자를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 ▶12월 9일(금)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 미디어 퍼포먼스 ▶12월 10일 (토) 오후 5시 - 보이스밴드 엑시트 아카펠라 콘서트 ▶12월 14일(수)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 뮤지컬 세 팀 공연 중 오늘(토) 공연하는 보이스밴드 엑시트 아카..

[100일 걷기 챌린지]85일차. 정서진에서 만나다, 2022 서구가 갤러리 서구예술상점 아트페어(feat.정서진아트큐브)/ 아라타워 전망대

어제 포스팅에 이어서 계속~ ^^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걷기' 포스팅이라고 하지만 정서진의 유명한 노을종을 보러 갔다면 최소한 노을 비스꼬롬한 색채가 묻어나는 사진이라도 찍어야 하는데 오후 3시 30분 즈음에 정서진을 떠났단 말이지. 정서진에 간 이유는 노을종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림 전시회 보는 걸 1순위에 뒀기 때문이다 ^^ 그림 보러 가면서 이왕이면 아는 길이니까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면 1석 2조 아니겠나 싶었던 거다. 거리를 계산해보니 얼추 2만 보 넘을 것 같았다. [100일 걷기 챌린지] 진행하는 동안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한 1일 2만 보 걷기를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2022 서구예술상점 아트페어 정서진에는 시선을 잡아 끄는 건물이나 상징물들이 많아..

[100일 걷기 챌린지]84일차. 광화문 서쪽 끝 해넘이 명소 '정서진 노을종'/ 검암 시천나루선착장에서 정서진까지 왕복 27,000보 걷기

시천나루선착장에서 아라뱃길 쪽으로 가는 자전거 길 따라 걸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2만 보 걷기를 계획했다. (이런 계획 칭찬해~^^)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오늘 하루 여정을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마치 전장에서 부상 입은 병사가 된 느낌이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지난번 아라뱃길 자전거 길을 걸을 때 아라서해쉼터에서 유턴했었는데 이번엔 '정서진'을 목적지로 정했다. 시천나루선착장 - 정서진 노을종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매서운 바람은 없다지만 겨울인데 여전히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언제 봐도 활력이 넘쳐 보였다.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라 새로움이 없어서인지 걷는 일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NO.66 아라뱃길과 자전거길 중간 울타리엔 일정한 간격으로 번호가 있다. (처음 걷기 시작한 시천..

[100일 걷기 챌린지]83일차. 무모한 도전

요가 시간에 플랭크 자세 하다가 무너졌다. 원래 허리가 안 좋아 굉장히 조심하며 살고 있는데 남들 다 하는 동작이 안 되다니... 아, 슬프다... 운동 끝나고 나오면서 회원들에게 하소연했더니 선생님이 숫자를 너무 느리게 세는 바람에 팔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한마디씩 했다. 플랭크 자세를 한 후 선생님이 10까지 숫자를 세는데 하나, 둘, 셋~ 이렇게 세는 게 아니라 하~~~나~~~앗, 두~~~우~~~울... 이러시는 거다. 세상의 시계는 똑같이 째깍거릴 텐데 어떻게 이렇게 느리게 셀 수 있지? 오늘도 걷는다 집 앞 산책길이나 동네 한 바퀴 걸으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가능하면 새롭고 재미있는 '걷기'를 하려고 하는데, 동네를 잘 모르다 보니 집밖은 늘 새로운 여행지 같다. 오늘은 집에서 멀지 않..

[100일 걷기 챌린지]82일차. 첫눈 오면 만나자고 약속 했던가요? 꽃개오동 선생 (feat. 인천수목원)

아니지... 오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만나야 한다면 눈이 내려도 가야 하지 않겠나. 먼저, 오동 나무에 대한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아는 분 집에 점심 초대를 받은 적 있다. 도시와 떨어진 곳에 살며 부부 모두 시민협과 환경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인연으로 초대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혼자 가게 되었다. 시골집이다. 시멘트 마당을 일일이 손으로 깨서(신혼 때 전세 살던 집을 매매한 후 마음대로 고치는 자유를 얻음) 각종 야생화와 과일나무를 심어 계절 별로 눈요기와 먹거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마법의 마당이 있었다. 주방에서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툇마루에 앉아서 마당 구경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마을 구경도 했다. 저 멀리에 보라색 꽃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 한..

[100일 걷기 챌린지]81일차. 삥뜯기 - 보고 배운대로 실천하기

퇴직 가장(아빠)의 일상이 주요 컨텐츠인 가족형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일상이 무료할 법한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을 올리는 걸 보면 그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흐음... 나도 ... 좀 그렇지 않은가? ^^ 걷는 건 차치하더라도 매일 새로운 뭔가를 써야 하는데 '그 뭔가'를 과거 저축해둔 기억 속에서 꺼내오기도 하고, 그날그날 경험해서 얻은 에피소드가 대부분 주를 이룬다. 오늘은 글 첫머리에서 말한 유튜브와 연관 지어 글자 수를 채워볼까 한다^^ (참고로 이 유튜브 가족은 화기애애하고 개그 프로 못지않게 재미있음) 현재 퇴직 4년 차 가장인 아빠가 퇴직 1년 차 되는 해엔, 그동안 저축한 돈과 집안 정리 겸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당근에 팔아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집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