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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집 나간 아들, 블루길 씨를 만나다!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눈 감고 누워있다가 카톡 소리에 깨서 휴대폰을 켰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친구와 낚시하러 간 아들이 물고기 낚은 사진을 보낸 것이다. 야간 낚시를 즐기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에 같이 가기로 했다는 말을 며칠 전에 했었다. 새벽 3시쯤 집에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새벽 3시에 나가자고 했으면 온갖 핑계 대며 안 갔을 텐데 정확하게 3시에 나갔다. 잠결에 나가는 소리를 듣고는 잠을 자는 듯 마는 듯하고 있었는데 6시에 물고기 잡았다며 사진을 올린 것이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낚은 물고기 사진을 보내왔다. 성인이 되어서는 처음 간 낚시여서 며칠 전부터 설레는 모습이었다. "물고기 많이 잡으면 어떡하지? 가져올까?"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제로 슈가 콜라 마시면 살 빠지나요?

아들 방에는 냉장고가 한 대 있다. 이온음료, 탄산음료, 생수 등 음료수 전용 냉장고다. 본인 취향대로 본인이 직접 주문하면 좋을 텐데, 주문은 꼭 엄마를 시킨다. 어제는 탄산음료가 다 떨어졌다며 1박스를 주문해달라고 했다. 왜 하필 탄산음료냐며 또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건강에 득 될 게 하나도 없는 탄산음료를 왜 또 사냐고 잔소리를 하자, 아들은 "그래서 제로 슈가 콜라를 마시려고 하는거야"라는 개똥 같은 논리로 대응했다. 감정싸움만 깊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제로 슈가 펩시콜라'를 주문했다. 제로 슈가? 설탕이 안 들어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어떻게 단 맛을 내는 거야? 주문한 지 시간상으로는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제로 슈가 펩시콜라가 도착했다. 음료수 1개를 꺼내 살펴봤다. 캔 표면에..

드디어 연금 받는다! 20여 년 전 연금 보험 가입한 결과는 과연?

검색창에 '연금'을 치면 국민 연금을 선두로 보험회사에 판매하는 연금 저축, 연금 보험 등에 관한 정보가 쏟아진다. 연금을 직접 받아보고 쓴 글이거나 정확한 자료 조사 후 쓴 글이 아닌 복붙인 글을 읽다 보면 경우에 따라 다소 부족한 정보 때문에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정보들이 많다. 20여 년 전 내 생일이 있는 달에 신박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때라 적당한 수입이 있었다. 내 수입이 아니어도 먹고살만한 때라 수입 관리를 따로 하지 않고 일정 비율 적금 및 고정 지출을 빼고는 생활비로 합쳐서 썼다. 그러다 보니 일은 일대로 하면서 일 한 티가 전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수고한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 뭔가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위한 선물 그때 '나를 위한 적금을 들자..

캘리그라피, 지렁이 글씨도 한 달이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그게 불과 약 한 달 전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한 달 동안 배운 과정'을 수강생 시점에서 몇 글자 남긴 적 있다. 붓으로 글씨를 쓰면 볼펜으로 쓸 때와 달리 차분해지고 또 평소 글씨를 지렁이 기어가듯 쓰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좀 나아질 거라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정성이 담긴 봉투에 담긴 용돈이면 더 좋겠다 지난주엔 추석을 앞두고 자녀나 손자 손녀들에게 줄 '용돈 봉투에 글씨 쓰기'를 배웠다. 명절날이면 친정아버지가 우리에게 용돈 주실 때면 늘 수제 꽃그림이 들어간 봉투에 용돈을 넣어 주셨는데 그게 참 멋있어 보였다. 작은 꽃잎 몇 개와 소망을 담은 짧은 글귀를 손수 그려 넣은 봉투 말이다. 드디어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나만 몰랐었네... 인종차별 멸칭 '칭챙총'

이탈리아, 벨기에 학생들과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외모로 봐서는 이탈리아 특징이라고 단정지을 것도 없었고 벨기에라고 해서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얼굴 하얗고 금발 머리에 눈이 엄청 예쁜 정도? 내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 뿐아니라 내 눈에는 다 예뻐보이는 시력 장애까지 있어서 사회생활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남편 말에 의하면 나의 '미(美)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데,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얼굴 이쁘고 호리호리한 8등신, 9등신만 미인인 줄 아는 남자들은 개성있는 매력 포인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동양인 비하 단어 '칭챙총' 서양인에 비하면 동양인들은 눈이 작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벨기에 학생들의 커다란 눈망울에 푹 빠지고 싶다는 ..

[공연 관람 후기] 인하 오케스트라(부평아트센터 해누리 극장)공연 관람 후기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공연장 나들이를 무척 좋아한다. 줏대가 없어서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그냥 객석에 앉아 있는 그 자체가 너무 좋다. 공연은 잘 차려진 밥상 같다. 정성껏 준비한 밥상을 숟가락으로 떠먹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가. 특히 독주나 앙상블이 아닌 50여 명쯤 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한정식 같다. 물론 한정식에도 급이 있다. 도예가가 영혼을 불어넣어 만든 도자기 그릇에 요리사의 특별 비법으로 만든 오와 열을 맞춘 음식은 과하지 않은 데코레이션까지 더하면 가격은 비싸진다. 부담스럽다. 도자기 그릇이 아니어도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없어도 음식 맛이 훌륭한 한정식도 있다. 그러면 땡큐다. 반면 가짓수만 많다고 한정식이라고 우겨대면 젓가락이 어디로 갈지 망설이게 된다. 인하..

[공연 관람 후기] 제5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2022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갈라 콘서트

인천 서구의 '찾아가는 클래식 무대'인 문화 행사가 올해로 5회 째를 맞이했다. 인천 서구 문화 공간 및 야외에서 지난 8월 27일부터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9월 3일 오후 5시. 인천 서구문화회관에서 하는 '국립오페라단 갈라 콘서트'를 미리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예술에 대해 전혀 무식한 내가 생각해도 '국립오페라단이면 예술의 전당 정도에서 공연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도 공연을 한다니,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앞뒤 재보지 않고 예매했었다. 대공연장에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아 무대를 살펴보니, 웬걸... 상상하는 오페라 무대가 아니었다. 50여 명의 클림 오케스트라 단원들만 음을 조율하고 있었고 무대 설치는 안 되어 있었다. '어떻게..

[책] 영리한 호구...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도서 반납이 연체되어 며칠 동안 도서관 출입을 못 하다가 연체 족쇄가 풀리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서관이 텅 비어있다. 오호~! 학생들 개학했구나. 신간 도서 코너에서 눈이 딱 마주친 책을 집어 들었다. 영리한 호구(생각의 빛/ 최영민) "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매 회 명장면과 명대사 선물꾸러미인데 애신의 사촌 언니 애순이 노름판에서 탕진하다가 전당포 주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tvN 미스터 션샤인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미스터 션샤인 전당포 주인의 명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때도 있었던 터라 '호구'라는 단어에 꽂혀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 보통은 "엄마가 호구였네"라는 말을 들으니 같은 류(類)의 동지를 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9월의 시 / 문병란

1시간 정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벌써 9월이라니... 1년의 2/3가 지나갔다. 다른 때 같으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 하고 휙 지나갈 무수한 시간들이 2022년의 2/3는 뼈에 새겨지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9월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래... 시간은 지나간다... 문병란 시인과는 여러 각도에서 연관이 있기도 하고, 9월을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어서 오늘은 그의 시를 감상하려 한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 희망가 中에서 그는 '희망가'에서 '고행길을 멈추지 않으면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노래한 '9월의 시'가 더 마음이 끌린다. 9월의 시 詩 문병란 9월이 오면..

운동 싫어하는 사람이 어쩌다 한번 걸으며 '걷기 예찬'을 하다니...

이른 아침에 '걷기'를 했다. '걷기'를 힘주어 말하는 건 '걷기 다운 걷기'를 했다는 뜻이다. '비가 와서' 혹은 '몸이 안 좋아서' 등등 핑계를 대고 일주일 이상 안 걷다가 오늘은 더 이상 핑곗거리가 없어서 걷기로 했다. 걷는 장소가 공원이나 둘레길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출근하느라 분주한 큰길 따라 걸었다. 편한 운동화도 신고 제법 쌀쌀해진 아침 시간이어서 바람막이도 입었으니 걷기만 하면 되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차량은 길게 늘어서고 지하철역 주변에선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왜냐고? 나는 백수니까. 이슬 맺힌 풀잎, 신기할 것도 없지만 사진에 담았다. 이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니까. 1시간에 7,950보를 ..